《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70.
반면에 너는 네 자신도 저 형편없는 인간들 중의 한 사람이면서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조차 사람들을 돌보려고 하지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7권 70 중에서
할 일도 다 하고, 오늘 게임도 벌써 했고, 레고 놀이도 하고… 심심했던 모양이다.
남편은 야간 근무하고 돌아왔던 터라 자고 있었고, 나는 내 방에서 글을 보고 있었다.
은서는 왔다 갔다 하며 놀고 윤우는 밖에 나갔다.
부엌을 오가며 청소기와 밀대를 번갈아 들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청소하는 건가 생각만 하고 앉아 있었다.
1시간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보니 거실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
나보다 훨씬 깨끗하게 치워놓았다.
이젠 자기 방을 치우러 가겠다 한다.
선우방 역시 책상 정리와 침대 밑, 바닥까지 정리 정돈했다.
나가기 직전까지 아직 마무리 못했는데 하며 청소했다.
차로 이동 중에도 갔다 와서 큰 청소기 한 번 밀어야 한다며 계획을 말한다.
집에 돌아와서 자기 방 청소를 마무리한 후, 이젠 아빠방까지 정리하겠다고 한다.
이땐 윤우와 은서도 함께였다.
남편 방은 나도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아이들 덕분에 남편도 같이 정리를 한다.
분주히 오가는 두 아들이 집 요정 같았다.
“엄마, 이젠 또 어디 치울까?” 묻기에 슬그머니 안방을 얘기했다.
은서 책들로 어질러져 있었는데 따닥따닥 책 꽂는 소리가 들린다.
선우는 청소가 재밌다고, 엄마보다 더 잘하는 거 같다고 뿌듯해한다.
어제 하루는 내가 돌봄을 받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먹으며 저녁 tv를 막 보려던 차에 남편과 잠깐 나왔다.
집 앞 빽다방의 간 얼음에 담긴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따라나서지 않는 은서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셋째는 거저 키운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자기들끼리 놀고 돌봐주고 배우고 한다고.
다시 집에 들어오기까지 10분 정도 걸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 없이 둘만 왔다 갔다 하니 또 좋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돌봄을 빠르게 벗어난다.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있다.
오늘은 막내 세 돌 생일이다.
축복 속에 태어난 아이들은 사랑 안에서 커가고 있다.
부모의 돌봄이 필요 없어지는 날, 서운함과 미련보다는 대견함과 뿌듯함이 더 크게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