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떠나고 싶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1.

by 안현진


여기 있는 이 사물은 무엇이며, 이것의 본성은 무엇인가. 그것의 실재와 질료는 무엇인가. 그것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주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것은 얼마 동안이나 존속하는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1.



독서대 위에 《명상록》과 핸드폰이 올려져 있다.

펼친 책 크기보다 작은 분홍색 블루투스 키보드로 핸드폰에 글을 쓴다.

원고 작업 같은 긴 호흡을 요하는 글쓰기는 노트북과 무접점 키보드가 한 세트다.

스마트폰을 떠나고 싶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일상 사진과 글쓰기 용이성 때문이다.

내게 스마트폰은 글쓰기 도구다.

메모하고 글 쓰고 일상을 기록한다.

이 조그만 기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잘 안될 때가 많다.

도구로서의 스마트폰보다 시간, 감정적 소비가 더 클 때가 있다.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면 경고 신호를 보낸다.

전화, 문자만 되는 핸드폰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감행한다.

답답함과 무료함, 조용함과 평온함 속에서 지내다 잘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 다시 돌아온다.

이왕 쓸 거라면 지혜롭게 쓰고 싶다.

스마트폰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은 글쓰기에 이용하는 것이다.

내 핸드폰이 가지는 정체성이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기’라면 나의 정체성은 ‘쓰는 사람’이다.

사물이 가진 역할을 잃지 않으면 그 대상을 잘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면 잘 살았다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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