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7.

by 안현진


탓하지 말라. 할 수만 있다면, 그 일에 책임이 있는 자를 바로잡으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그 일 자체를 바로잡으라.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네가 탓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 소용도 없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7 중에서



은서가 며칠 연속 12시간 가까이 잔다.

크려고 그러는 걸까.

어중간한 저녁 시간에 잠들어 다음날 새벽에 일어난다.

나는 요즘 자정 가까이 혹은 넘어서 잔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뒤로 늦어진다.

내가 깨어 있을 때 은서도 일어나 있다.

혼자 아침 시간을 보낼 때와 아이가 옆에 있을 때 보내는 시간은 완전히 다르다.

더군다나 오늘 아침처럼 아이 셋 모두 일어나 있는 상태에서 늦은 일과를 시작할 땐 정신없다.

간단하게 아침 챙겨주고 그 옆에서 글을 쓴다.

여기저기서 엄마를 부르고, 말을 걸어오고,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툭 튀어 오르는 큰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어질러진 집은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지, 이것만 다 끝내고 청소해야지 하는 생각도 거슬린다.

짜증이 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 탓이 아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내 잘못이다.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하나씩 하자고 되뇐다.

내 글이 안 봐지면 남이 쓴 글이라도 읽자.

어질러져 있으면 청소하자.

하나씩 하면 된다.

짜증이 이는 마음도 내 마음이 평온하지 않아서다.

집이 어질러진 것은 함께 치우지 않고 방치해서다.

일이 잘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손 놓고 있어서다.

시작하면 어떻게든 진행이 될 텐데 걱정만 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 일을 해결하면 되는 거다.

탓한다고 잘 될 일은 없다.

탓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움직이자.

하나씩, 천천히 하면 된다.



작가의 이전글선택과 결과는 자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