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8.
어떤 것이 죽는다고 해서 우주 밖으로 내쳐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우주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변화를 겪고, 우주의 원소들이자 네 자신의 원소들이기도 한 그 자신의 원소들로 분해된다. 그 원소들도 변화를 겪지만, 자신들이 변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지는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8.
노트북이 올려져 있는 책상 옆에 코르크 게시판이 있다.
가족사진, 아이들이 준 쪽지, 육아에 관한 글귀, 글쓰기 방향성 등이 어지럽게 붙어져 있었다.
가족이 잠든 밤, 책상에 앉아 책을 읽다가 사진과 종이들을 모두 떼어냈다.
그리고 내가 찾아야 하는 답에 관한 질문들을 카드 메모지에 썼다.
덕지덕지 붙어 있던 게시판은 질문 카드로 정갈하게 채워져 나갔다.
길을 찾았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방황 중이다.
잘 나아가고 있다 여겼는데 아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불안한 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다시 안개가 잔뜩 낀 길 위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눈을 비비고 크게 떠 보아도 앞은 뿌옇기만 하다.
답답해서 화도 나고 눈물도 난다.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정말로 그 일이 하고 싶은 건지, 간절한지 묻는다.
어쩌면 나도 불확실성의 구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차례 변화와 그 변화를 감내할 시험에 든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 안에서 무언가 분해되고 변화하고 새로운 것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인내하자.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선 오래된 나를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