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6.
그렇게 해서 네가 행하는 것은 네 자신의 의지와 판단, 그리고 네 지성에 의거해서 최종적으로 정한 네 자신의 행동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16.
방과 후 교실을 신청했다.
올해는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관심 없어했는데 이젠 하고 싶은 게 생겼다.
선우는 한결같이 로봇과학을 얘기했다.
윤우는 처음에는 태권도, 그다음엔 줄넘기, 그다음엔 축구였다.
서점에 들른 어제도 축구 책만 잔뜩 골랐다.
집에서도 매일 공 차며 논다.
그런데 배우는 건 주저한다.
얘기를 나눠보니 축구는 하고 싶은데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규칙을 익히며 배우는 건 낯설어했다.
축구 같은 운동은 혼자서 할 수 없다고, 막상 배우고 함께 뛰면 재밌을 거라고 말했었다.
오늘 신청하는 날이라 다시 물어봤다.
선우는 여전히 로봇과학이라 말하는데 윤우가 생뚱맞게 자기도 로봇과학을 하겠다고 한다.
형이랑 떨어지기도 싫고 로봇과학도 하고 싶다 하는데 아이 마음이 다 보인다.
그렇게 배우면 로봇과학도 재미없다고, 축구도 로봇과학도 신청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축구라 한다.
재차 아이 생각과 마음을 묻고 얘기를 나눴다.
원하지 않는데 무엇을 배우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제 마음을 부정하는 건 하지 않았으면 했다.
매일 축구 책을 보고 축구 얘기하고, 공차는 녀석이 빤히 보이는 제 마음을 속인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무서운 선생님을 만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아빠에게 태권도를 배우면서 몇 번 혼난 적이 있다.
장난치고 대충 하면 엄해지는데 그게 무서웠었나 보다.
아이 선택에 부모 의견과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조언을 구하고 듣고 참고하여 선택을 내릴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은 내 선택이다.
잡념에 휩싸여 주저앉으려고 하는 것도 내 선택이다.
곁가지가 아닌 본질을 추구하면 목적지가 틀릴 일은 없다.
그 과정에서 쉼 없이 흔들리고 돌아간다 해도 계속 나아가면 된다.
올해 아이들이 배우겠다 선택한 것들이 어떤 재미와 변화를 줄지 모른다.
그것은 아이들 몫이다.
나는 내 길을, 아이들은 아이들 길을 각자 찾아 나가면 된다.
지금처럼 서로를 응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