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2.
가장 근저에 있는 것이 무엇이고, 의도가 무엇이며, 작용하고 있는 힘이 무엇이고, 속뜻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에 집중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2 중에서
옆에서 둘째와 셋째가 투닥거린다.
레고 봉지를 오빠가 같이 안 보느니, 은서가 혼자만 보려고 한다느니 다툰다.
형제끼리 싸우는 것도 싫은데 아이들 큰소리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머릿속이 엉켜버린다.
"제발 싸우지마아아...!"
이제는 자리를 옮겨서 티격태격한다.
그러다 웃느라 노느라 또 소리를 지른다.
다툼에서 놀이로 바뀌는데 한순간이다.
갑자기 튀어 오르는 큰소리에 심장이 덜컹덜컹하지만 노느라 그런 거면 낫다.
오늘 문장에 근저라는 단어가 나왔다.
사물의 뿌리나 밑바탕이 되는 기초를 말한다.
요즘 마음에 담아두고 눈길이 가는 단어들이 있다.
기본, 초심, 뿌리, 본질, 순수함, 밑바탕 … 처음을 품고 있는 단어들이다.
글을 쓰고 아이를 대하는 마음 모두 이에 해당한다.
아이를 처음 키우던 엄마의 마음,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고 처음 내 이야기를 써 나가던 마음.
선우 방에서 세 아이가 소리 지르며 노는 소리가 들린다.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그 옆에서 아이들이 놀고 싸우고 얘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자주 첫 마음을 잊곤 한다.
나라는 사람을 지탱시키는 뿌리와 밑바탕에는 '엄마'와 '글 쓰는 사람'이란 두 가지 자아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둘을 떼어놓을 수가 없다.
어느 것 하나만 선택할 수도 없다.
육아가 끝나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 육아는 조금 밀쳐두고 글쓰기에 매진하겠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도 쓰고, 글을 쓰면서 아이도 키우는 것이다.
육아도 글도 비슷하다.
별일 없이 평온하게 지속될 때가 있는가 하면 뭘 해도 마음이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처럼 육아도 글쓰기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느껴질수록 처음 마음을 찾으려 애쓴다.
잊지 않으려고, 잃지 않으려고.
떠들썩하던 아이들이 조용하다.
그래, 글은 지금 쓰면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