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귀인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7.

by 안현진


세 가지 관계가 있다 : 첫 번째는 너를 담고 있는 그릇인 육신과의 관계이고, 두 번째는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원천인 신이라는 원인과의 관계이며, 세 번째는 너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27.



3월 달력을 넘겼다.

파란색 글씨로 쓴 약속 일정이 보인다.

첫날인 오늘은 친구가 놀러 오기로 했다.

이틀 뒤엔 남편 직장 동료들이 우리 집에서 모임을 가진다.

중순에는 서울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활동 반경이 집과 동네 주위로 한정되어 있는 편인데 이번 달은 조금 다르다.

새로운 만남과 장소, 시작, 소식이 3월을 채우고 있다.

귀인을 만난다는 말은 내 인생의 방향을 틀만큼 굵직한 일이 일어난다는 말과도 같다.

내가 귀인으로 꼽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인생의 분기점을 가를 만큼 의미 있는 일들에는 영향을 미친 누군가가 있었다.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시간은 흐르고 그때그때 찾아오는 인생의 갈림길은 변한다.

도움을 받고 새로 맺게 되는 귀한 인연은 그 시기에만 스치기 쉽다.

이들과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고, 지속되지만 유지되기 어렵다.

만나는 사람과 환경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나와 내 일상을 지탱하는 이들은 가족과 친구들이다.

눈 감는 날 누구를 가슴에 품고 떠날 것인가.

곁에 있는 인연부터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겨야겠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2년 전 읽은 《겐샤이》가 떠올랐다.

겐샤이는 '어느 누구든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때 쓴 독후 감상을 찾아보니 '누군가를 대할 때 결코 그가 스스로를 작게 느끼도록 대해선 안 된다는 마음을 가족에게부터 실천해야겠다.'라고 써 두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사랑과 마음을 나누며 사는 이들이야말로 내 인생의 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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