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49.
네가 받은 최초의 인상이 전해 주는 것에 무엇인가를 덧붙여서 생각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49 중에서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면 어른도 아이도 긴가민가 하다가 지나칠 때가 많다.
어제도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지나고 보니 아이 친구와 엄마였다.
저녁에 다 같이 다이소에 가는 길이었다.
윤우가 친구와 인사하며 오기에 친구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이름을 듣고 아차 했다.
그러면 저곳에 있던 엄마도 아이 엄마였겠구나!
아, 어떡해, 보고도 인사를 안 했어, 모른 척 지나갔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서운해하면 어쩌지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내게 남편은 지금이라도 인사하고 오라며 웃었다.
그땐 이미 다이소 앞이었다.
오늘 필사 글을 보니 어제 일이 떠올랐다.
내가 받은 최초의 인상은 아이 친구 엄마인 줄 모르고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모른척했다 생각하면 어쩌지, 서운해하면 어쩌지 하는 건 내 생각을 덧붙인 거다.
상대방의 마음은 어떠할지 모를 일인데 내 생각과 결론들을 덧붙여서 그 일을 바라봤다.
은서가 오빠들에게 옮았는지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난다.
내가 본 것은 감기 증상이 있는 삼 남매고, 은서가 평소와 약간 다른 컨디션을 보인다는 점이다.
비가 와서 외출도 힘든 일요일이다.
최적의 몸 상태가 아닌 아이들과 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나도 굵직한 일 두 가지를 끝내려고 한다.
위층에서는 저번 주부터 쿠르릉 공사 소리가 난다.
힘들겠다, 바쁘겠다, 신경 쓰이겠다, 정신없겠다 와 같은 상념은 덧붙이지 않기로 한다.
그저 내 할 일을 하며, 아이들도 각자의 할 일을 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는 거다.
늦은 아침을 먹고 스스로 제 할 일을 하느라 조용한 지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