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한 남자의 애도 과정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읽고

by 안현진


"슬픔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한 남자의 애도 과정을 담은 책"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어서 갈 때마다 시선이 갔다.

무슨 내용일까? 직업으로서 바라본 미술관 에세이일까?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알고 싶고 궁금한 분야기에 미술관 경비원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형을 잃은 슬픔 때문에 미술관 경비원이 됐다는 말에 단순한 호기심에서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변했다.









형은 투병 중에도 안절부절못하지 않았다. 새 종교를 찾지 않았고 자기가 늘 좋아했던 것들을 계속 좋아했다. 그 덕분에 나는 형이 좋아했던 것들에서 뭐랄까, 후광이 비치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보던 야구 경기들은 좋은 경기들이었고 책들은 좋은 책들이었으며 병실을 찾아온 친구들은 좋은 순례자들이었다. 모든 게 단순했고, 포옹 같았다.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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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형에 대한 사랑,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서 읽고 또 읽었다.

투병 중임에도 평온한 일상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형의 무던함과 형을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가 이 문장을 통해 하나 찾은 기분이다.





어느 예술과의 만남에서든 첫 단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그저 지켜봐야 한다. 자신의 눈에게 작품의 모든 것을 흡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 이상적으로는 처음 1분 동안은 아무런 생각도 해선 안 된다.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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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할 때, 이상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기분 좋게 일어난다.

시간이 지나도 그때 그 순간이 좋게 남아 있다.

낯설지만 이상하고 기분 좋은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다.

아마도 그 순간, 예술이 내 속으로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기에 든 감정이 아닐까?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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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정해진 답은 없다.

각자의 상황과 시각으로 바라보니 느끼는 것도 다가오는 의미도 다 다를 것이다.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올 위대한 예술작품은 무엇일까?

예술 작품에 대한 나만의 정의, 시각을 갖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도 찾고 싶다.

예술이 위대할 수 있는 이유는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과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손으로 쓰지만 진심은 마음으로 쓴다"


첫 장을 넘기며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닌걸...' 하고 며칠 덮어두었다.

미술관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브링리 씨가 인계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몇 장 더 넘어가서 브링리 씨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자 단숨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가 이 책에 무엇을 기대하고 생각했는지도 잊어버렸다.

형을 잃은 슬픔으로 세상에서 멀어지고자 선택한 곳이 위대한 예술작품이 있는 미술관이었다.

8시간, 12시간 서서 예술 작품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예술 작품 속으로 들어가 치유하는 시간이라니.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미술에 관심이 있고 알아가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작가가 묘사한 작품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재미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그림만큼이나 그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애도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작품에 대한 지식, 통찰은 부족하지만 나의 감정을 언어로 전환시키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

내가 브링리 씨의 글을 읽으며 직접 그 작품을 보고 싶다 느낀 것처럼 말이다.










-상실의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

-미술관 경비원 일이 궁금한 사람

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