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중요하게 여기기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2.

by 안현진

우주의 질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2 중에서


바깥이 밝아진다.

새로 안친 밥솥에선 삐삐삐 소리가 난다.

곧 남편과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 준비할 시간이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다 할 수가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말고도 챙겨야 할 일도 많다.

글 쓰고 책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해결할 일이 쌓여있다.

도서관 대출 반납, 아이 머리 깎기, 계절 옷 정리하기, 외장하드 주문, 자동차보험 알아보고 가입하기, 친정에 다녀오기 등 사소한 일부터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까지 곳곳에 깔려 있다.


육아에 있어서는 초등 아들 둘과 네 살 딸이 다르고, 집안일도 놓을 수가 없다.

은서는 부쩍 엄마랑 같이 책 읽고, 색칠하고, 놀고 싶어 한다.

선우, 윤우 학교 공부와 글자, 글씨도 살펴야 한다.

오빠들 과제를 봐주고 있으면 옆에서 은서도 하고 싶어 한다.

4월은 신경 써야 할 집안 행사도, 공휴일도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남편도 없다.

남편이 있든 없든 우린 각자 할 거 하며 지내면 되지, 덤덤했었다.

이랬던 마음이 근무뿐만 아니라 장기 출장, 단기 출장으로 새까만 4월 스케줄표를 보고 아득해졌다.


중요하지 않은 일에 중요한 일을 놓칠 것 같아 불안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뭐더라? 챙겨야 할 건 뭐였지? 쓰면서 정리해 본다.

중요하진 않지만 미루고 있던 일로 계속 마음 쓰던 일은 빠르게 처리하기로 한다.

남편에게 위임했다가 미뤄지는 일도 오늘을 넘기면 그냥 혼자 해결하겠다고 전달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처리해야 할 일에 떠밀려 가게는 둘 수 없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빠르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부터 중요하게 해 나간다.

다시, 일상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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