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4.
단지 너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로부터 너의 숨을 가져오지만 말고, 만물을 둘러싸고 있는 이성으로부터 너의 사고를 가져와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4 중에서
"엄마는 같이 스티커도 안 해주구~ 엄마랑 스티커 하려고 했는데!"
은서가 칭얼거리는 소리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꿈을 여러 개 꿨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오고, 엄마도 나오고, 아이들을 정신없이 챙겼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은서가 자고 있다.
전날, 왜 그렇게 졸리고 피곤했는지 모르겠다.
은서로 인해 여러 차례 졸음을 깨어 냈었다.
배고프다, 책 읽어달라 할 때마다 졸음을 쫓아내고 일어났다.
하지만 스티커까지는 도저히 못하고 잠들었다.
그렇게 잠이 들어서인지 일어나서도 온통 은서 생각뿐이다.
함께 있으면서 잘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미안한 건 좋은 게 아닌데, 나... 잘하고 있나?
다시 원점이다.
《원씽》을 보면서도, 내 생활을 보면서도 느낀다.
육아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이란 불가능하다.
시소 타기 같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엄마의 무거운 마음과 다르게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나를 찾아와 안긴다.
아침을 먹고, 책 읽어 달라 하고, 노래를 틀어 달라 한다.
설거지, 청소기, 빨래 같은 집안일 말고도 내가 할 일들을 떠올린다.
언제 하지, 이러다 금방 저녁이 올 것만 같다.
어제는 비가 왔었는데 오늘은 맑게 개었다.
빵 사러 가면서 본 벚꽃은 그 사이 더 활짝 피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곳곳에서 초록 잎과 꽃을 피워내고 있다.
해 보고 싶은 건 많은데 이런저런 일에 부딪히고 늘어진다.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싹을 틔워내기 전일까, 봉오리를 맺기 전일까.
확실한 건 꽃을 피워낼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처럼 오늘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다시 원점이라 할지라도, 나아가는 것 같지 않고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여겨질지라도.
초코우유와 초코 빵을 먹는 딸이 활짝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함께 하는 이 시간만큼은 뭘 더 얹지 않기로 한다.
나는, 나만의 돌파구를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