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5.
전체적으로 악은 우주에 해를 입히지 않고, 개별적인 악도 오직 악을 행하는 자에게만 해로울 뿐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8권 55 중에서
눈을 뜨니 새벽 1시 45분이었다.
은서를 재우고 책을 더 읽다 잘 생각에 침대 스탠드도 끄지 않았다.
눈을 감으니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땐 아이들도 곧 일어날 시간일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원씽》을 마저 읽은 후 책상으로 갔다.
독서노트를 쓰기 전에 책을 여러 번 넘겨보며 다시 읽고 적으며 정리했다.
그리고 몇 군데 서평을 올리고 나니 6시가 다 되었다.
일기를 4줄째 쓰고 있을 때 처음 '살짝 졸았다.'가 나왔다.
13줄째에 '잠이 온다. 정신이 혼미해진다.'가 나왔다.
그 사이에 하루 계획, 사색에 대한 생각, 오늘 필사에 대한 의문을 썼다.
어째서 개별적인 악이 악을 행하는 자에게만 해롭지? 악을 당하는 이는? 여기서 악은 뭘까? 살인이나 남에게 해를 가하는 건 포함이 안 된 건가?
이때 졸았다는 걸 인지한 후 스토아학파에 대해 찾아봤다.
악에 관한 설명은 없었지만, 개념을 조금 다르게 보면 말이 된다.
스토아 철학은 금욕을 추구한다.
악이 쾌락이라면? 이건 자신에게만 해로운 게 맞잖아?
여기서부터 다시 집중력이 바닥나고 있었다.
17줄째에 '자야 할 거 같다.'가 나오고 19줄째에 '잠이 와서 난리다. 점점 한계다.'가 나왔다.
22줄 째에는 잠깐 꿈까지 꾸고 '아, 안 되겠다. 졸고 앉아 있다.'라고 썼다.
그런데도 자지 않고 버티며 마지막 줄까지 쓰고 있었던 이유는 일기라도 마무리 짓고, 필사 글에 대해서도 더 풀어놓고 자고 싶어서였다.
내 몸을 괴롭히는 것도 악이 될 수 있으니 이제 그만 쓰자는 글이 끝부분에 가서야 나온다.
쾌락을 좇는 삶도 마찬가지다.
내게 해롭고 쾌락을 좇는 행동이라면 운동 안 하기, 커피 중독이 있다.
이 두 가지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악이다.
내가 원한다면 벗어날 수 있다.
내 행동을 바로잡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뒤집어서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이렇게 책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쓰고 다시 손으로 적는 거, 정말 좋다.
그러니 쓰면서 버티자.
나를 힘들게 하지 말고, 힘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기 위해 잠부터 자러 갔다.
잠으로 오전을 다 보낼 수도 있었지만, 수시로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일어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엄마, 잘 잤어?" 묻는다.
세 아이 덕분에 두 번째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