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을 꼬박 앓고 난 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6.

by 안현진

현재의 판단이 올바르고, 현재의 행동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며, 현재의 마음이 외적인 원인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에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6.



24시간을 꼬박 앓았다.

전날 낮잠 자고 일어났더니 침 삼키기가 힘들었다.

머리는 걸을 때마다 망치로 치는 듯 아프고, 목은 따가워 뭘 먹지를 못했다.

왜 나만 안 아프나 의아했는데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 셋 모두 몸이 안 좋다.

남편이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뒷정리까지 바라면 큰 욕심인듯했다.

빨랫감은 쌓여있고, 부엌과 식탁은 엉망이고, 장 봐 온 상품은 봉지 안에 그대로다.

조금 움직일만하면 일어나 집을 치웠다.

남편이 괜찮아진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도 나가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 계속 누워 있었다.

두통도 침 삼킴도 나아지니 다시 일어날 힘이 났다.

집을 치우고 오늘 첫 끼를 먹었다.

두 아들은 나갔다 오더니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돌아왔다.

끙끙 앓으며 잠이 들었다.

분리수거한다고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치고 나갔다.

따사로웠다.

아파서 누워만 있기엔 아까운 날이었다.

그래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안 아프고, 삼킬 수 있을 만큼 목이 안 아픈 것만으로도 살 것 같다.

나도 아이들도 건강해져서 다시 이 봄을 만끽하고 싶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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