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이겨내는 중입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0.

by 안현진

이성도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열매를 맺고, 이성의 동일한 본성을 공유한 다른 것들이 거기로부터 생겨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10 중에서



아침 여섯 시.

밖은 환한데 집은 고요하다.

아이들 일어나려면 한 시간은 더 남았는데 꼭 늦잠 자고 일어난 것 같다.

은서는 언제 올라왔는지 침대에서 자고 있고, 안방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잠시 주변을 살피며 멍하게 앉아 있었다.

방에서 나는 기침 소리에 선우, 윤우 열을 재러 갔다.

윤우는 아침에 열이 잘 난다.

해열제를 먹이고 조금 더 자라고 했다.

나는 목 따가움은 없어졌지만, 배가 땅기도록 여전히 기침을 한다.

어젯밤엔 목소리가 나오지 않더니 이젠 목이 쉬어 버렸다.

인어공주에 나오는 마녀가 된 기분이다.


“엄마, 엄마 기침 떨어지면 좋겠다.”

콜록콜록 기침하는 엄마를 보며 은서가 말한다.

며칠 전까지 “엄마, 나는 언제 나아?” 묻던 딸이었다.

자기도 기침하면서 엄마를 걱정해 주는 딸이 고마웠다.

약 때문인지 눈꺼풀이 무겁다.

은서가 장난감 꺼내는 소리도, 혼잣말도, 내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도 모두 자장가 같다.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은서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집에만 있고 싶었지만 오전, 오후 내 움직였다.

약도 타오고 은행 업무도 보고 시부모님 가게에 들러 점심도 함께 먹었다.

오후엔 아이들 데리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가 되돌아왔다.

수요일은 오전 진료만 하는 줄 몰랐다.

잠투정하는 은서를 재우려다 내가 조금 잤다.


저녁때에야 들어오던 윤우도 오늘은 일찍 들어와 씻고 낮잠을 잔다.

몸이 안 좋은가 보다.

책상과 침대를 번갈아 오갔다.

하루가 금방이다.

바깥은 싱그러운 봄인데 우리 집은 콜록콜록 겨울이다.

이렇게 감기를 앓는 사이 금방 여름이 와버리지는 않을까.

선우 일기장엔 아픈 이야기와 자신을 돌봐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이 몇 차례 적혔다.

윤우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컨디션에도 아픈 줄 모르게 평소와 같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잔다.

은서도 기침 말고는 괜찮아서 다행이다.

안 아프면 좋겠지만 아픈 이상 나으면서 다들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씩씩하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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