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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2. 2024

나를 파악하고 깨닫는 데 필요한 시간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4.

이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마음을 두고 있는 것들이 무엇이며, 그들이 그런 것들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들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게 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4 중에서



어쩌다 보니 오늘은 무주에 갔다 오게 됐다.

남편 따라다니니 여기저기 가게 된다.

처음에는 아들 둘만 데리고 가기로 했는데 내게도 같이 가자고 계속 권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지만 다 내려놓고 결국 따라나섰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을 때 시간을 보내야 나중에 후회도 덜 남을 것 같아서다.

좋기도 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한 시간이었다.

집에 있었어도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을 테다.


집에 돌아온 뒤 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곧바로 나가 놀고, 첫째와 나는 집에 머물며 못 한 일부터 해 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못 한 일이 못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니 갑갑해졌다.

밀린 일을 하려니 마음이 급해졌을까.

하기 싫어서 미적대는 걸까.

또다시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하는 굴레에 빠진 걸까.

답답하고 막막할 때 책 속으로 숨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침대 머리맡에 읽다만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왠지 저 책을 다 읽으면 답이 보일 것 같다 싶으면서도 다시 펼쳐보는 건 얼마 안 된다.


타인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들여다보는 것 못지않게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꿰뚫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낯선 장소에서 낯설고 어색한 이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좋기도 하고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시간이 남긴 기분은 사람의 영향일 때가 크다.

아무래도 오늘 내 심리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쉬움을 남긴 시간에 있었나 보다.

이유를 알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알고 나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내려간다.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시간이 더디고 돌아가는 것 같아도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이다.

그러니 오늘 내가 보낸 시간은 버린 시간이 아니라 나를 파악하고 깨닫는 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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