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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1. 2024

사람은 죽어도 말과 행적은 남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3.


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고, 그것들이 소멸하는 것을 보는 자들도 머지않아 소멸할 것이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이나 요절한 사람이나 매한가지가 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3.



책으로 먼저 읽어 봤던 <레슨 인 케미스트리>를 어제 애플 TV로 다 봤다.

헤이팅스 연구소에서 만난 두 화학자 캘빈과 엘리자베스의 사랑, 갑작스러운 사고로 캘빈이 죽고 미혼모로 홀로 딸을 키워가는 성장담, 요리와 화학의 관계, 여성이 무시되던 시대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던 여성 화학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었던 매드는 아빠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찾아 나선다.

후반부는 캘빈의 어린 시절과 숨겨진 진실이 퍼즐 맞춰지듯 나온다.

자신을 데리러 와주길 기다리던 아이의 눈빛, 혼자에서 함께가 되어 행복해하는 모습, 죽은 뒤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에 여운이 남았다.


그 사람은 죽어도 말과 행적은 남는다.

내가 죽으면 나와 나눈 대화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고, 내가 쓴 글도 세상에 남고, 자식들도 남아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를 기억하는 이도, 내 글도 모두 잊히고 지워져 버린다.

그러니 무엇을 가지려고 이루려고 연연할 필요가 없는 걸까?

아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다.

내가 기억되고 잊히는 건 죽음 이후의 일이지만 내가 살아가는 건 현재고 생이다.

소멸할 존재라 하더라도 남아서 세상을 살아갈 이들에게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는 삶을 살다 가고 싶다.

말, 글, 느낌, 기억 … 그 무엇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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