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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0. 2024

아직 시험은 진행 중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2.

너를 괴롭히고 고통을 안겨주는 것들 중에서 많은 것들은 전적으로 네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기인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너는 그런 불필요한 괴로움이나 고통을 스스로 제거할 수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2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평온한 삶을 누려도 되나?

큰 근심, 걱정 없이 살다가 한꺼번에 몰아치면 어떡하지?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지나왔던 시절은 없었다.

나름대로 잘 견디고 지나왔을 뿐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고,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 덕분이었다.

힘든 일이 오면 적정한 시기에 하나씩 툭툭 던져주며 다음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한 단계 성장할 준비가 되었는지 시험받는다 여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큰 시험지를 받아든 것 같다.


피곤한 날이었다.

은서는 자전거를 타고, 나는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르르 부는 바람에 자꾸만 눈이 감겼다.

자전거 바퀴 소리와 바람 소리가 자장가 같았다.

이대로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이 스치며 눈을 떴다.

불을 켜지 않은 내 공간은 어두웠다.

나무 그늘이 쳐지고 해가 조금씩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방만 툭 내려놓고 엎드려 조금 잤다.

앉아서도 의자에 기대 졸았다.

침대에서 자던지, 아니면 옷이라도 편하게 갈아입을 것이지 스스로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오후의 일부를 불편하게 보냈다.

괴로운 마음에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 들었다.

스님의 지혜로운 말씀에 조금 기운을 차렸다.

나를 잘 아는 이의 진실한 조언 역시 다시 시작할 힘을 준다.


스스로 괴로움에서 빠져나오려고 오늘 문장을 읽고 또 읽었지만, 잘 안되었다.

그래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았다.

언제까지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스스로 이 불필요한 괴로움과 고통을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시험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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