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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09. 2024

미래에 그리워질 시간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1.

네 힘이 미치지 못하는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네 자신으로 말미암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르게 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1 중에서



책장을 하나 더 들일 계획이었다.

때마침 우리가 구매하려던 책장과 똑같은 제품을 나눔 해서 가지러 갔다.

12시 30분과 저녁 8시 둘 중 남편이 앞 시간을 선택했다.

2시까지 의령에 가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으니 충분하다 한다.

은서와 셋이서 끙끙대며 가져왔는데 분해가 문제였다.

우리가 DIY로 조립하던 것과 조금 달랐고, 가져온 드라이버가 맞지 않았다.

드라이버를 빌리고 분해하고 차에 싣다 보니 시간이 빠듯했다.

우리를 집에 내려주고 갈 시간이 안 되었다.

얼떨결에 남편 출장길에 책장과 함께 실려 갔다.


갑작스레 오게 된 카페는 커피와 뷰가 일품이었다.

통유리로 보이는 시골 길이 시내 카페와 달랐다.

어딜 봐도 산과 초록 나무들이 보였다.

창가에 앉아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은서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책장 옮기는 것만 돕고 오려고 작은 크로스백에 핸드폰, 지갑만 넣어왔다.

차에 두려고 가져온 책과 은서 공책, 볼펜이라도 가져온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금방 올 줄 알고 메모도 써두지 않았다.

할 일도 접어두고 급히 따라나선 길이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더니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하지만 갑자기 생긴 이런 시간도 좋았다.

일상에 어느 한 부분을 떼어다가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곧바로 자전거를 타고 노느라 모든 게 미뤄졌다.

그래도 못 한 일은 하나씩 해 나가면 된다.

아이와 씻고 밥 먹고 책상 앞에 먼저 앉았다.

저녁에는 책장을 조립하고 옮기고 정리하느라 시간이 금방 지나갈 테다.

책장의 절반도 같이 읽는 책으로 채워지고, 카페도 어린아이와 오지 않게 될 때 오늘 같은 시간이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매 순간 미래에 그리워질 순간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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