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있는 엄마의 이야기_3월 26일 이야기>
"숟가락으로 밥 먹어야지~"
매번 챙겨주는 숟가락이 무색하게 아직 손으로 밥을 먹는다.
손에 쥐고 있는 날도 몇 안 된다.
대개 식판이 올라오면 숟가락부터 던지고 먹기 시작한다.
'에잇, 이건 뭐야~' 하듯이.
간 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밥보다 반찬 먼저 싹 비운다.
밥만 남아 있을 때도 있다.
"은서~ 밥도 먹어야지~ 밥만 남겨놨네!"
엄마를 쓱 보더니 식판을 앞으로 민다.
안 먹겠다, 다 먹었다는 의사는 확실히 내비친다.
새로 맛보는 음식이나 맛있는 걸 먹으면 배시시 웃는다.
발을 흔든다.
14개월 아기도 맛있는 것 앞에서는 기분이 좋아진다.
아기 식탁에 앉아 혼자 밥을 먹는 것만 해도 많이 컸다 싶다.
수저를 사용해 먹는 날은 더 감격스럽겠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6시 45분이다.
토요일 아침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평소 수요일 오전 수업을 듣는다.
아이들이 집에 있고, 은서가 활동하는 시간이다 보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가족이 모두 자고 있는 조용한 토요일 아침에 들었다.
부은 얼굴로 화면 앞에 앉아 있으니 조금 민망한 것 말곤 좋았다.
수업 끝나기 30분 전, 은서가 안방에서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엄마~ 엄마~" 하며 내게 온다.
안아 달라고 의자 곁에서 나를 올려다본다.
은서를 안는 순간 예감했다.
결국 산만해진 상태로 수업을 끝마쳤다.
볶음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어질러진 거실 한구석을 치우고 앉았다.
치웠다기보단 내가 앉을자리 하나만 마련하고 앉았다.
"아야!"
토르 망치가 내 엉덩이를 찔렀다.
키득거리는 선우와 무슨 일인가 하며 엄마를 쳐다보는 은서.
둘째 윤우는 아침부터 목욕하며 노는 중이다.
신문을 보고, 오늘 날짜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문장을 펼쳤다.
'오오. 오늘도 역시 좋은 문장이야!' 감격하던 찰나 은서가 내 손에 쥐고 있던 볼펜을 가져간다.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아침 수업 때 필기한 노트에 긋기 시작했다.
빈 페이지를 펼쳐줬더니 찡얼거린다.
'뭐지...'
줄 긋던 페이지를 다시 펼치니 찡얼거림이 멈추고 긋는다.
이 와중에도 은서가 볼펜 쥐고 줄 긋는 행위에 놀랐다.
'할 줄 아는 게 점점 늘어나는군!'
14개월 은서는 요즘 뚜껑 있는 볼펜은 죄다 열고 다닌다.
뒤늦게 발견해 못쓰게 된 형광펜과 싸이펜이 속출하고 있다.
손과 얼굴에 묻히고 태연하게 "엄마~엄마~" 부르며 나타나기도 한다.
어젠 검은 마스카라를 그리고 찾아왔다.
은서가 "엄마 엄마" 부르며 맑은 눈으로 나를 본다. 활짝 웃는다. 온몸을 내게 기대고 폭 안긴다.
마치 "엄마는 믿을 수 있는 존재야. 가장 안전한 상대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막내를 보며 자주 생각한다.
'내가 너를 낳았어. 작고 조그맣고 귀여운 아가야...'
'선우랑 윤우도 이렇게 작고 귀여웠는데...'
선우, 윤우가 교문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는다.
가방 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뭉클하다. 유모차를 밀며 혼자 돌아올 땐 아직도 울컥한다.
'언제 이렇게 컸나...'
아침 일찍 볼 일이 있어 나갔던 남편이 점심때가 돼서 전화가 왔다.
"애들 뭐해?"
"그냥 있죠 뭐."
"나 다 와가는데 챙겨서 내려보내 줄래? 강변에 자전거 타러 가게~"
오전 내내 아빠 언제 오냐, 전화해 보면 안 되냐, 왜 안 오냐 묻던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챙긴다.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헬멧을 챙겨 나간다.
베란다로 내다보니 "아빠아~" 부르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다.
선우의 헬멧 끈을 조절해 주는 동안에도 두 아이들은 빙글빙글 아빠 자전거 주위를 맴돈다.
'이젠 아빠랑 나란히 자전거 타고 강변을 달릴 만큼 컸구나.'
베란다 문을 열어놨더니 시원한 바람이 거실로 들어온다.
마침 막내도 자는 터라 멀리서 지나가는 오토바이, 차 소리만 들린다.
책상 앞에 앉아 세 아이를 떠올렸다.
엄마로 사는 나를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이다.
엄마로 사는 매 순간이 뭉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