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진 Jun 30. 2024

편안하기만 한 과정에는 성장이 없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8.

모든 존재하는 것을 주목하고서, 모든 것이 사멸과 흩어짐의 과정 중에 있다는 의미에서 이미 해체되어 가고 있고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 즉 모든 것은 죽기 위해서 태어난다는 것을 생각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8.



선풍기를 끄면 덥고 틀면 춥다.

바닥도 수분을 머금은 듯 끈끈하다.

어제는 종일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개었다 내렸다 반복한다.

심심하다며 심부름 시킬 것 없냐고 묻는 선우에게 “어떤 심부름? 없는데?” 모른 척 물었다.

“뭐… 아이스크림 심부름 같은 거나….”

“그럼 재활용 좀 해줄래?”

“재활용만?”

“응!”

머뭇거리는 선우 반응에 웃다가 “엄마는 돼지바~” 얘기하니 그제야 웃는다.

선우, 윤우가 재활용 박스를 안고 나가선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졸졸이 앉아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었다.


오후에는 아이들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를 봤다.

두 아들은 재밌었다 하고, 은서는 재밌었는데 약간 무서웠다고 말한다.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느냐고, 재밌었냐고 물었다.

모든 장면이 재밌었지만 윤우는 찰리가 황금 티켓을 뽑는 장면을, 선우는 마지막에 집이 공장으로 옮겨져 있던 장면이 좋았다 한다.

가족의 사랑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영화였다.


오전에는 책 한 권 읽느라 꼬박 다 보내고, 오후엔 점심과 청소,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하루가 다 저물었다.

아이들 밥을 챙기고 치울 때 말고는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는데 성과가 없다.

6월을 보내고 장마와 함께 7월을 맞이하는 일요일이 무겁게 느껴진다.

게임하느라 나란히 앉은 세 아이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본다.

죽기 위해 태어난다 해도 태어난 이후에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며 살아간다.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다 다르게 기록될 하루다.

편안하기만 한 과정은 성장이 없다.

그러므로 성과가 있든 없든 어떻게든 오늘 하루에 마침표를 찍는다.


작가의 이전글 가끔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