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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n 29. 2024

가끔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7.

시간 전체와 실재 전체를 늘 너의 마음과 생각에 담아두라. 각각의 개체는 실재 전체에 비하면 무화과 씨앗에 지나지 않고, 그 개체가 존속하는 기간은 시간 전체에 비하면 송곳을 한 번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17.



핸드폰 메모장을 넘겨보다가 <나는 가끔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 제목을 발견했다.

목록을 보니 이렇다.


가족이 잠든 늦은 밤, 혼자 퇴고할 때

누군가의 조건 없는 마음을 받은 일을 떠올릴 때(어머님, 아버님)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남동생이 나보다 더 나를 믿어줄 때

남편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은서가 "엄마 멀리 가지 마. 은서 놔두고 멀리 가지 마." 했던 밤


등 뒤로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레고 뒤적이는 소리,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듯하나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핸드폰에 메모해 둔 그날 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남편과 아이들 모두 잠들고, 혼자 깨어 글을 고치던 밤이었을 거다.

혼자 있을 때 떠오른 감정이지만 내용은 모두 관계 사이에서 느낀 감정이다.


인생이 한 시간짜리 영상이라면 하루는 슬로모션으로 재생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점이라면 일시정지할 수 없다는 것.

빨리 감기를 해서 빠르게 흘러 보내고 싶은 날도, 조금 더 붙잡고 싶은 날도 시간은 내 마음과 상관없이 똑같이 흘러간다.

하지만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붙잡아두느냐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유한한 생과 짧은 시간에 대해 생각하니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한편으론 고민들이 생겨나고 해결해 나가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종종 잊는다.

갑자기 눈물이 날 만큼 누군가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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