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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05. 2024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3.

전원에서 넓은 토지를 가지고 살든, 산꼭대기에서 살든, 아니면 네가 원하는 그 어느 곳에서 살든, 사람이 사는 것은 어디에서나 똑같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3 중에서



자연친화적인 육아 환경을 꿈꿨다.

시골에서 자연과 벗 삼아 뛰어놀며 크길 바랐다.

시골 촌집도 보러 다녔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었다.

시골 주택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고양이, 개를 비롯해 온갖 동물과 벌레 등 무서워하지 않는 게 없고, 주택보다는 아파트 생활을 더 좋아한다.

에너지 넘치는 두 아들을 아파트에서 키워가며 셋째도 태어났다.


지난달, 남편 직장 동료 가족과 모임을 가졌다.

은서 또래 친구가 두 명, 두 살 위 남자아이가 한 명 있어서 같이 놀기 좋았다.

선우와 윤우는 이제 큰형, 오빠가 되어 동생들과 놀아주니 헤어진 후 아이들이 형들을 많이 찾더라고 했다.

시골에 위치한 카페에 갔던 날이었다.

실외에 모래 놀이터가 있었는데 장난감 부엌, 포클레인, 모래놀이 도구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모래를 담아 소꿉놀이도 하고, 흙을 묻히며 재밌게 노는 아이들을 보며 어릴 때 로망이 떠올랐다.

아, 맞다. 이렇게 자연 속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던 때도 있었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시골 주택에 사는 나는 행복했을까?

잘 모르겠다. 자신도 없다.


몇 년 전, 부모님이 대단지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하셨다.

여러 번 이사를 해 왔었지만,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아파트 혹은 빌라였다.

늘 마당 있는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셨는데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살면서 더욱 만족하고 계시니 얼마나 좋을까.

주택의 수혜는 우리도 받고 있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어놀고, 고기도 구워 먹고, 개와 고양이랑 놀기도 하고, 여름엔 풀장을 설치해 물놀이도 원 없이 한다.

풀빌라 펜션이 따로 없다.

남편 직장 동료 가족들과 친정 근처 해수욕장에 갔다가 점심을 부모님네 마당에서 먹었다.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텃밭에서 바로 따서 부쳐준 엄마표 전과 친환경 과일 스무디까지.

어른도 아이들도 해수욕장에서 보다 마당에서 더 재밌게 놀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지만 만족감은 다르다.

언젠간 나도 부모님처럼 ‘이 집이다!’ 하는 집을 만날 날이 올 것이다.

그전에, 지금 살고 있는 집부터 애정을 가지고 감사하며 살아야 좋은 기운이 담긴 집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집이 좋냐, 비싸냐가 아니라 이 집이 내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훨씬 중요하다.

내게 집은 가장 오래 머물면서 일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만의 세계관을 키워나가는 곳이다.

집이 주는 안정감은 삶의 질을 뒤바꾼다.

집은 주거 공간인 동시에 꿈을 키워나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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