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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06. 2024

나의 이성이 내게 말하는 것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4.

나의 이성은 내게 무엇이고, 지금 나는 그 이성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있으며, 어떤 목적에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4 중에서



남편과 세 아이보다 먼저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다.

자기 직전까지 블로그에서 선우, 윤우 어릴 적 모습을 보고 있었다.

새벽 4시에 잠이 깨었다.

선풍기는 세게 돌아가고, 모두 제 자리에서 자고 있는데 거실 불은 환했다.

그리고 내가 잠들기 전보다 더 어질러져 있었다.

아이들만 한 번씩 둘러보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같이 깬 남편은 안 한 일이 있다며 방에서 일을 더 하다 왔다.

나는 아이들 사진을 더 보다가 잤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일어난 사람이었다.


아이들은 엄마를 깨우지도 않고, 빵과 시리얼로 아침을 챙겨 먹었다.

윤우는 어제 처음 배우기 시작한 로봇 과학을 분해해 다른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선우는 이미 오늘 할 일을 모두 끝내놓았고, 은서는 오빠들 틈에 앉아 놀고 있었다.

남편은 미안하게도 이미 출근한 뒤였다.


거실 오디오와 블루투스 연결해 신나는 팝송을 틀었다.

Sia의 chandelier를 듣고 있을 때, 윤우가 말했다.

“엄마, 이 노래를 들으니까 1단계 만들고 있는데 3단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오, 이건 마치 beliver 노래를 들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갑자기 비장해지는 그런 기분과 비슷할까.


거실을 조금 치워두고, 키위를 내오고, 나도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먹었다.

셋이 부딪히면 화악 시끄러워졌다가 각자 할 일 하며 조용해졌다가 도란도란 얘기하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자기 전 화면 속에서 봤던 아이들은 현실에 없다.

과거에 존재한 모습과 시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리워….”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금방 그리워질 시간이란 걸 안다.


lost stars 노래가 흘러가는 삶의 한 시절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노래마저 놓지 못하고 반복해서 듣고 있다.

마치 나의 이성이 이 마음을 꼭 기억하라고, 놓치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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