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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08. 2024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6.

우리가 물체를 떨어지게 하는 힘과 올라가게 하는 힘을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이렇게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을 잘 살펴서, 그런 일들을 이루어 내는 힘을 알아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26 중에서



“얘들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식탁과 아이들 방을 오가며 외쳤다.

주말이 빨리 지나가니 월요일도 순식간에 찾아온다.

전날 밤, 달력을 보며 이번 주 일정을 확인했다.

혹시나 놓칠까 봐 달력 말고도 종이에 적으며 정리했다.

아이들 치과 검진과 같은 예약도 있지만 나와 정한 마감기한들도 있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하나씩 해 나가는 걸 좋아한다.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갑자기 잡히는 약속은 되도록이면 피한다.

‘갑자기’라는 말 안에 이미 불편함이 섞여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드물게 반가운 ‘갑자기’도 있다.

 

아침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건조기에서 옷을 꺼냈다.

은서와 새로 사 온 수학 책을 같이 셈하며 풀기도 하고, 간식도 꺼내 와 챙겼다.

그 사이사이에 내가 할 일을 끼워 넣는다.

하나는 완료, 하나는 진행 중, 하나는 곧 할 예정.

머릿속에서 계속 진행 상태를 파악한다.

나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곳이 집이다.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나도 집으로 출근한다.

딴 길로 샐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있는 곳이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티비를 틀어 달라는 딸에게 가지고 논 것 정리부터 하라고 했더니 다시 레고를 가지고 논다.

그 틈에 나는 또 글을 쓴다.


바깥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다.

세탁기는 오전에만 두 번째 돌아간다.

밖에서는 안이 잘 안 보여도 안에서는 제 일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다.

먹구름이 비를 품고 있듯이, 세탁기가 옷에 묻은 때를 씻겨내듯이 나도 집에서 부지런히 내 일을 한다.

가끔 느려지고 멈출 때도 있지만 재가동시키는 사람도 나다.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진심으로부터 나온다.

그 순수한 기쁨이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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