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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17. 2024

우리 모두 바람이 불면 떨어져야 할 나뭇잎들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34.

너의 자녀들도 나뭇잎들에 지나지 않고, 확고한 신념에 차서 네게 환호를 보내고 칭송하는 자들이나, 반대로 너를 욕하고 비난하거나 네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너를 비웃는 자들도 나뭇잎들일 뿐이다. 우리가 죽은 후에 우리의 명성을 후세에 전하는 것도 나뭇잎들이다.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0권 34 중에서



하늘이 번쩍이고 천둥이 울렸다.

호우 주의보, 호우 경보 문자가 번갈아 왔다.

쏟아지는 비를 나무가 온몸으로 맞고 있다.

떨어지는 잎도 있지만 대부분 나뭇가지를 단단히 붙잡고 있다.

인간의 생을 나뭇잎에 비유한 글을 보니 정말 그러하다.

남은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모두 생을 붙잡고 산다.


종종 19세기 영국 공리주의의 기본 원칙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떠올린다.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는 행위가 도덕적 선(善)이라면, 개인의 행복은 접어둬도 괜찮은 것인가.

그 개인이 본인이 된다 하더라도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할 수 있을까.


어제는 세차게 내리던 비가 오늘은 맑게 개었다.

우리가 사는 모습도 날씨와 비슷하겠지.

흐렸다 개었다, 힘들었다 잘 풀렸다 하는 거겠지.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인생을 미래에 저당 잡힌 채 현재를 괴롭히며 살고 싶지 않다.

남에게 피해가 안 가야 하지만 나에게도 피해가 가선 안 된다.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를 갉아먹지 말자.

문제가 생긴다면 그 순간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지나가면 된다.

그러면 된다.

그러니 계속 나아가.

어차피 우리 모두 바람이 불면 떨어져야 할 나뭇잎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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