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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25. 2024

두려울 땐 작게 작게 쪼개어 보기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

미덕과 미덕에서 나온 행위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훌륭해 보이는 것이 있거든,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들로 분해해 보라. 그러면 너는 그것을 하찮게 여기게 될 것이다. 너의 인생 전체에 대해서도 똑같이 행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 중에서



훌륭해 보이는 것도 분해해 보면 하찮게 여겨질 거라고 하는데, 두려운 것은 더 볼 것도 없다.

어제 글에도 적었지만, 큰일이라고 여겼던 일이 막상 쪼개어 보면 큰일이 아니었다.

하나씩 일을 진행하면 어떻게든 끝날 일이다.


공사 3일 차, 타일 작업을 시작했다.

안방과 거실 쪽 화장실 타일 색상이 다르다.

그래서 줄눈 색깔도 다른 걸로 가져왔다.

바깥 화장실만 그레이 색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전부 아이보리로 쓰면 된다고 기공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색깔이 다르다는 말에 “옴마야.” 놀라서 나도 같이 놀랐다.

속으로는 ‘이미 섞어버렸으면 어쩌지, 내가 물건을 잘못 들고 왔으면 어쩌지, 왜 그레이 색 3포가 안 보이지 ….’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티 내지 않고, 손에 든 주문 견적서를 보며 그레이 3포를 찾아냈다.

미리 말하길 잘했다, 당황한 티 안 내서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전화보다 문자가 편한 나는 요즘 전화를 많이 한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어서 건다.

대개 작업자분들은 작업 중이기에 문자 확인을 잘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전화를 걸고, 일정을 조율한다.

낯선 사람을 매일 만나고 평소보다 말도 많이 한다.  

듣고, 말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밤에는 미열에 두통, 목 따가움, 근육통이 있었다가 약 먹고 괜찮아졌다.


오전에는 은서를 데리고, 오후에는 선우에게 은서를 맡기고 인테리어 중인 집에 가 본다.

끝나는 시점은 정해져 있다.

오늘 아침에도 탄성코트와 페인트 일정을 잡는 전화를 걸었었다.

그게 무엇이든 해보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 냈을 때 작은 성취감과 성공감을 느낀다.

두려울 땐 일을 작게 작게 쪼개어 보자.

감정을 걷어내면 그 안엔 아무것도 없다.

그냥, 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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