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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Jul 26. 2024

주도적으로 일을 해 나갈 때의 기쁨과 성취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

우리의 혼은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육신으로부터 떠나서 소멸되거나 흩어지거나 이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 중에서



공사 4일 차.

낮에는 타이레놀 힘으로 움직이다가 오후로 갈수록 쓰러졌다.

왔다 갔다 하며 필요한 거 챙기고, 작업 진도 보고, 주변 정리하는 게 다 인데도 체력 소모가 크다.

남편이 퇴근할 즈음에는 자고 있었다.

괜찮냐는 말에 괜찮다고, 어서 가 보라고 했다.  

오늘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남편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누워 있다가 나도 가 봐야지, 하는데 전화가 왔다.

공사 전에 리모델링 조언을 해 준 이모님이었다.

공사 진행 사항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조언해 주신 덕분에 경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아냐. 자네가 지혜로워서 그렇지. 더운 날에 애기 데리고 다니면서 고생이 많아. 잘 먹고, 아프지 않게 몸도 잘 챙겨~”

밝게 네네, 알겠습니다 대답하고 있었는데 다정한 한 마디에 울컥했다.

그 말에 힘내서 나도 작업 현장으로 갔다.


일정이 빠듯하기도 했지만, 인테리어 알아보고 신경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웠다.

그래서 우리가 해볼 생각보다 업체에 맡기는 식이었다.

이번에 이렇게 반셀프로 진행해 보니, 업체에 맡기는 것은 더 못 할 것 같다.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 일들, 새로 쌓은 경험치, 민원에 대처하는 방법 등 나도 배우는 게 많은 시간이다.

항상 엄마 따라다니는 은서를 보며 “엄마 껌딱지”라 부르는 작업자분들도, 은서 손잡고 나타나는 선우 모습도 모두 새 집에 대한 추억이 될 테다.


내 일에 있어서 주도권을 넘겨주거나 빼앗겨서는 안 된다.

주도적으로 일을 해 나갈 때의 기쁨과 성취감이 있다.

특이 케이스가 아닌 순리대로 흘러갈 때의 안정감을 비로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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