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8.
감정을 절제해서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사람일수록 더 힘 있고 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슬픔이 나약함의 증표이듯이, 분노도 나약함의 증표다. 이 두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 상처를 입고 거기에 굴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8 중에서
마르쿠스 황제가 지혜의 여신이 준 선물로 여기고 늘 마음에 새겨두고 있으라 한 아홉 가지 원칙을 정리해 본다.
1. 사람들과 너의 관계를 생각할 때에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명심하라.
2.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등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들이고, 그들이 어떤 생각 위에서 어떤 행동들을 하며, 그런 행동들을 하는 자신들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며 의기양양해하는지를 생각해 보라.
3. 사람들이 바르게 행동하고 있다면, 우리가 분노할 이유는 전혀 없다. 사람들이 바르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어쩔 수 없이, 또는 무지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4. 너도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라.
5. 너는 다른 사람들이 정말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6. 너무나 화가 나거나 도저히 참을 수 없거든, 인생은 순간이고,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땅에 묻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라.
7.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우리를 괴롭게 하고 화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행동들은 그 사람들의 이성의 영역에 속해 있고,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
8. 우리의 분노와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들보다도, 우리의 분노와 괴로움으로 인해 생겨나는 결과들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9. 너의 선의가 꾸민 것이거나 가면을 쓴 것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그러한 선의는 언제나 통하게 되어 있다.
아홉 가지 원칙은 《명상록》을 필사해 오면서 여러 번 언급된 내용이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 없다.
그래도 하나 뽑아 보자면 오늘은 여덟 번째 문장이다.
'우리의 분노와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들보다도, 우리의 분노와 괴로움으로 인해 생겨나는 결과들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기억하라.'
한참 어떤 문제에 괴로워하고 고민할 때가 있었다.
당사자는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러다 감정이 폭발하면 하소연하듯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말을 친구에게 했다.
터놓고 나니 후련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상황은 나아지는 것 없고, 이게 험담과 뭐가 다른가 하는 죄책감만 쌓여갔다.
내가 살고자 한 말이었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오히려 나를 할퀴었다.
내게 분노와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의 행동보다, 그로 인해 내게 남기는 감정이 훨씬 더 심각했다.
슬픔과 분노가 나약함의 증표라 말한다.
이 두 감정을 타인에게 표출한 나는 스스로 나의 나약함을 증명한 거나 다름없다.
반세기, 1세기, 몇 세기 전을 살다 간 철학자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이미 책 안에 가득하다.
좋은 문장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쓰면서도 나는 그대로이거나 아주 조금 나아질 뿐이다.
더 치열하게 읽고 써야 할 이유를 여기에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