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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할 나이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3.

by 안현진

소크라테스는 대중들이 믿는 민간 신앙들은, 어린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어린아이들이 두려워하는 악귀들이라고 말하곤 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3.



초2, 3학년 아들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나이 때 나를 생각해 봐도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할 나이다.

사촌 언니 오빠에게 듣는 이야기, 친구들과 속닥거리며 하는 이야기에 꺅꺅 소리치고 소름 돋아했다.

나도 그랬으면서 아이들이 보고 듣는 건 왜 이렇게 자극적으로 느껴질까.

이왕이면 좋은 이야기만 듣고, 좋은 것만 봤으면 좋겠다.


여름이면 TV에서 공포 특집으로 <전설의 고향>을 방영했다.

예능에선 출연자들이 겪은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귀신 나오는 장면은 엄마 등 뒤에 숨어서 봤다.

밤늦게 들은 이야기는 자꾸 생각나 무서워하며 잠들었다.

무섭다면서도 궁금해 잘 챙겨 봤다.

공포, 스릴러 장르를 안 좋아한다.

특히 대놓고 귀신이 나오고, 깜짝깜짝 놀래는 영화는 학생 때 이후로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일본 공포 영화 비디오를 빌려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봤나 싶다.

언젠가는 아들, 딸과도 무서운 뭔가를 보게 될 날이 올 테다.

그때, 심약한 엄마(?)는 아이들 등 뒤에 숨어서 같이 볼지도 모른다.

이야기의 힘은 강하고, 호기심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므로.


커 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의 유년 시절이 아이들에게로 옮겨가고 투영됨을 많이 느낀다.

그 시절 기억 속 엄마, 아빠는 늘 강하고 의지되는 존재였는데 우리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선우, 윤우는 책에서 읽거나 친구들에게 들은 무서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만화 귀신 그림체도 무섭다고 놀라는 엄마를 웃으며 본다.

훗날 추억으로 남아서 우리 사이에 회상할 이야깃거리가 많으면 좋겠다.

그 소재가 무서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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