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4.
축제 때에 스파르타인들은 외부인들에게 그늘 아래 있는 자리들을 양보하고서, 그들 자신은 아무 자리에나 앉아서 구경을 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4.
남편은 나와 비슷한 듯 다르다.
내게 없는 면이 좋았고, 살면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아도 여전히 좋다.
아직도 선배라는 호칭으로 부르지만 늘 오빠처럼 듬직하고 의지가 많이 된다.
남편에겐 누나가 둘 있다.
첫째라서 언니나 오빠가 있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결혼하면서 언니, 오빠가 함께 생긴 것 같았다.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나를 시부모님과 형님들은 편하게 대해 주었다.
시댁이라는 관계만 없었다면, 우리 엄마 아빠여도 친언니여도 좋았겠다 싶을 만큼 좋은 분이다.
관계성, 성격, 성향 차이에서 오는 다름으로 인해 고민하고 끙끙 앓았던 적은 있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전제는 변한 적이 없다.
'축제 때에 스파르타인들은 외부인들에게 그늘 아래 있는 자리들을 양보하고서, 그들 자신은 아무 자리에나 앉아서 구경을 했다.'라는 문장에서 내 모습을 떠올렸다.
스파르타인들이 시댁 식구라면 외부인은 나다.
외부인이라는 자리에 신경을 쏟고 있는 나머지 내가 있는 그늘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내가 스파르타인이 될 수는 없지만 함께 할 수는 있다.
성질이 다른 물과 기름이 합해지지 않아도 같이 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왜 나는 스파르타인이 될 수 없을까, 물처럼 섞이지 않고 기름처럼 겉돌까… 하는 생각보다 외부인과 기름이라는 다름을 바탕으로 공생하는 길을 찾는 게 더 낫다.
축제는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나는 언제나 그늘 자리를 양보받아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