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식을 덜어내는 방법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7.

by 안현진

피타고라스학파의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 “아침에 하늘을 보고서, 천체들이 늘 변함없이 동일한 길을 가고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늘 동일하게 행한다는 것, 그것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고서, 숨기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투명하고 정직하게 행하는 것을 보고 배우라.” 별들에게는 가식이라는 것이 없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7.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오는 비였다.

어두운 하늘에 번개까지 번쩍였다.

맑은 하늘 아래 자전거를 탔던 어제와는 상반되는 날씨였다.

말이나 행동을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가식이라 한다.

전날이든 몇 시간 전이든 몇 분 전이든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인다고 해서 자연에게 가식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은 다르다.


집을 알아볼 때 여러 명의 공인중개사를 만났다.

그중 똑같은 집을 매물로 가지고 있는 두 공인중개사가 있었다.

명백한 누수를 결로라 밀어붙이고, 자세한 설명 없이 무조건 좋다, 싸게 사는 거라고 한 곳의 공인중개사는 거래를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자기 의견만 내세웠다.

웃는 얼굴도 친절한 듯 보이는 말투도 모두 진실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팔면 그만인 것인가.’ 하는 마음이 계속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거래를 했지만 과정에서 언짢았던 부분이 많았다.

차라리 같은 매물을 가지고 있던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매매 계약서를 쓰고 싶었다.

여기엔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며칠 뒤, 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매물을 가지고 있었던 공인중개사 분과 우연히 마주쳤다.

얘기 들었다고, 거래를 했더라고, 우리도 가지고 있던 매물인데… 아쉬워했다.

나도 함께 아쉬워하던 찰나에 뒤이어 나온 한 마디가 그간 품고 있던 좋은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아… 역시, 팔면 그만인 것인가….’

하는 마음을 느낀 순간이었다.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느낀 가식에 대한 충격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내 마음이 진실되고 거짓이 없다면 상대방도 느낀다.

가식은 자연스러운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하다.

인간관계에서 가면을 써야 할 때도 더러 생긴다.

그 안에서도 최대한 가식을 덜어낼 방법이 있다.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을 비우고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을 더 주려는 마음 가지기.

생각해 보니 이것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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