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도 밖에 나갈 땐 뭐라도 걸쳤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8.

by 안현진

아내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의 겉옷을 가지고 나가버리자, 소크라테스가 양가죽을 두르고 밖에 나갔고, 그의 이상한 옷차림을 본 친구들이 당혹해하며 뒷걸음치자, 그가 그들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8.



소크라테스는 친구들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겉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 쓰지 말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마르쿠스 황제가 제 일기장에 자신이 아는 부분을 생략하고 적은 것은 당연하다.

애타는 사람은 나처럼 뭐라 얘기했는지 몰라서 궁금한 독자들뿐이다.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책을 뒤적여보고, 검색을 해봤다.

콕 집어서 이 내용에 대한 글은 없었지만 유사한 내용을 찾았다.

‘신발을 신지 않고, 누더기가 되기 직전의 옷을 걸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서 난 이렇게 다녀도 익숙해서 편하고 정신력도 단련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야말로 옷이나 신발에 길들여져서 불편한 거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출처:네이버 검색]


거실에서 아이들이 tv를 보고 있다.

아들 둘은 팬티만 입고 있고, 은서만 온전하게 옷을 입고 있다.

옷을 입으라고 해도 더우면 훌러덩 벗고 다닌다.

이렇게 있다가도 초인종이 울리면 쏜살같이 방으로 사라진다.

할머니 앞에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을 만큼 부끄러움을 안다.

옷을 갖춰 입는 것도 사회생활의 일부다.

비록 누더기 옷에 양가죽을 두른 모습이라 하더라도 소크라테스도 뭔가 걸치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가.

집에 오면 옷부터 갈아입는다.

외출복을 입고 있으면 불편하다.

편한 옷과 불편한 옷, 편한 상태와 상대.

국어사전에 의하면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로 정의한다.

《명상록》과 소크라테스를 생각하다 가족에 대한 정의를 새로 만들어본다.

가장 편한 상태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내 집이고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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