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9.

by 안현진

다른 사람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배워야 한다. 인생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29.



신규 때, 아직 신규 딱지도 떼지 않은 내가 몇 개월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또 다른 신규 간호사를 가르쳐야 했었다.

내 일을 해내기에도 벅찬데 가르치기까지 하니 일은 더욱 느려졌다.

내가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나? 왜 이런 간호를 하는지에 대한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나?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부족한 실력이 드러나는 것 같았고, 상대방이 그걸 아는 게 두려웠다.


특수병동에서의 1년 경력은 다른 곳에 가면 신규나 다름없다.

1년 차 경력직으로 옮기긴 했지만, 일반 병동에선 신규와 똑같았다.

주사 라인 잡기, 약물 투여, 입퇴원 시키기, 수술 전후 간호, 차팅, 인계 등 모든 걸 새로 배우고 익혀나갔다.

더디지만 간호 업무는 하면 할수록 느는 게 느껴졌다.

처음 해보는 인계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다음 근무 번 선생님에게 인계할 땐 왜 이런 간호와 약물, 처치가 들어갔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안 되는 부분이었다.

집에서는 환자 병력과 관련된 공부를 했다.

근무 때는 몇 시간씩 일찍 와서 환자 정보를 먼저 살펴보고 인계 준비를 했다.

나이트 때도 틈만 나면 인계 준비와 공부를 했다.

그렇게 해도 수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갓 졸업한 신규 간호사를 가르쳐야 했을 때 다시 막막한 심정이었다.

가르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내가 더 공부가 되는 일이기도 했다.

그 당시의 나는 많이 부족했다.

요령도 없고, 이해도 느리고, 몸도 느렸다.

그래도 스물다섯의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것 하나만은 자신한다.


처음 아이를 키울 때도 신규 간호사 때와 마찬가지였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간호 공부와 일처럼 육아도 그렇게 공부해 나갔다.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며 고군분투했던 20대 중후반의 나를 나는 기억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배울 때, 그때만큼만 하자고 되뇐다.

부족해도 최선을 다했던 내 모습은 스스로에게 귀감이 된다.

인생을 살아가며 힘이 되는 값진 경험이었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 모습을 보고 힘을 낸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내 모습을 보고 힘을 낼 수 있는 하루를 보냈는가.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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