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만큼은 내 마음대로 놔두자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3.

by 안현진

“오직 정신 나간 사람만이 겨울에 무화과를 찾는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도 정신 나간 사람이기는 마찬가지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3.



좋아해서 계속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하다 보니 잘하게 되어서 좋아하게 된 경우가 있다.

물론, 좋아하는 걸 잘 못할 수도 있고, 잘하는 걸 안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순서가 어떻든 좋아하면서 잘하는 걸 찾는 게 제일 좋을 테다.


나는 사람이든 사물이든 좋아하는 대상이 생기면 마음을 나눠서 주질 못한다.

남편과 연애할 때는 친구보다 남자친구와 더 놀고 싶었다.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생기면 그와 관련된 영상과 정보를 찾아보는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

본방사수하는 드라마가 생기기라도 하면 일주일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릴지 알기에 되도록이면 분량이 쌓인 뒤 보려고 한다.

꽂힌 노래는 질릴 때까지 하나만 반복해서 듣고,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도 몇 개월씩 같은 것만 먹는다.

그 당시 직면한 중요한 일, 우선순위 1순위가 되는 일에 온 마음을 내준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한다.

어려서도,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육아와 글쓰기를 병행하고부터는 이 둘의 균형 잡기가 어려워 매번 고민한다.

오로지 육아에만, 독서에만 빠져 살던 때가 그리울 때도 있다.

마치 고3 수험 생활 때처럼, 간호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읽고 쓰는 것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내 안에서 나오고, ‘좋아하는 마음’이 연료가 되어 나를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

결정하기 전까지는 고민하고 머뭇거리지만 결정한 후에는 직진이다.

후회는 고민하던 시간에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에 하지 않거나 짧게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이 돼라 말하지 않는다.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말한다.

엄마, 아빠의 삶으로 직접 보여주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 있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밀고 나간다.

학교에서 신나게 발로 뛰고, 즐겁게 손으로 만들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리며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적당히 좋아할 마음 같은 건 가르치지 않으면서 왜 나는 억누를까.

무언가를 오랫동안 좋아하는 마음과 무언가를 새로 좋아할 마음에 균형 같은 건 맞추지 말자.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몰두하고 싶은 대로 놓아두자.

인생은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게 둘 수 있다.

그러니 핑계 대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읽고 쓰고 보자.

그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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