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4.
에픽테토스는 “너의 자녀에게 입맞춤할 때 너는 네 자신에게 ‘너는 내일 죽을 수도 있어’라고 속삭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무슨 불길한 말이란 말인가.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죽음은 자연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이 말은 전혀 불길하지 않다. 만일 그런 말이 불길한 것이라면, 다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인다고 말하는 것도 불길한 말이 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34.
평일에는 깨워야 일어나는 아이들이 주말에는 먼저 일어나 나를 깨운다.
“엄마, 배고파.”라는 말과 함께.
더 누워 있고 싶은데 거실에서 영어 cd 소리가 들렸다.
오늘 할 일을 스스로 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 나도 몸을 일으켰다.
카레와 된장찌개를 끓여 아침을 먹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오니 아이들은 책을 읽고 있다.
독서록을 쓰기 전에 평소와 다르게 같이 읽고 얘기한 뒤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아아~ 이거 왜 해야 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 아니야?"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 읽고 쓰는 힘을 기르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우는 곧장 따라오는데 윤우가 유독 힘들어했다.
그래도 끝까지 해낸 뒤엔 활짝 웃어 보인다.
읽고 쓰는 습관은 평생 자산이 된다.
지금껏 혼자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읽은 이유, 내 생각을 간략히 적었었다.
이젠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말하고, 글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읽기와 쓰기를 즐길 수 있다.
아이들에게 귀한 자산이 될 거라 확신한다.
아이들이 떠난 책상에 앉아 오늘 문장을 필사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사아악 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흔들거리는 나무가 보이고, 바람이 불어들어오는 우리 집이 참 좋다.
그와 동시에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명상록》을 필사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다.
죽음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죽음이다.
지금은 막연하고 먼 얘기 같지만 언젠간 나도 아이들도 마주하게 될 슬픔이다.
다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처럼 생이 다한 육신을 거두어들이게 될 날, 슬프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장성한 세 아이들을 보며 오늘과 같은 날들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갈 것 같다.
늦잠 자고 싶은 주말 아침, 같이 아침을 먹었던 식탁, 책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던 시간, 시원한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 그리고 평화로운 우리 집.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이 예정되어 있다.
삶의 끝은 죽음이지만 그 끝에 도달해 가는 여정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