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
신은 우리를 볼 때, 우리의 구성부분들 중에서 물질로 이루어진 그릇과 껍데기와 찌꺼기들은 다 제거하고 오직 우리를 움직이고 지배하는 이성만을 본다. 왜냐하면 신은 자신의 이성으로부터 나가서 우리에게 주어진 바로 그 이성들만 상관하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2 중에서
흥미로운 책 소개를 읽었다.
예일대 교수 폴 블룸의 《선악의 기원》이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아기를 관찰하면서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란 질문을 집요할 만큼 이어가는 책이라고 한다.
한 살 영아들에게 인형극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오른쪽 인형은 공을 굴리면 되돌려주었고, 왼쪽 인형은 공을 굴리면 들고 도망쳐버렸다.
실험자는 두 인형 앞에 각각 사탕을 놓고 직접 가져갈 수 있게 했다.
한 살 아기들은 거의 모두 못된 인형인 왼쪽 인형의 사탕을 가져갔고, 때리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책은 왼쪽 인형의 행동이 잘못됐으며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봤다.
6개월 된 아기가 엄마가 우는 척을 하면 더 크게 우는 것이 보통이다.
저자는 이 울음을 아기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공감과 연민의 징후라 봤고, 다른 말로 도덕 감정이라 한다.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이 세 가지 중 성선설을 믿는다.
인간은 태어나기를 선하게 태어났지만, 악한 이는 자라는 과정에서 잘못된 환경과 학습을 겪었기에 변한 것이라 생각한다.
쏟아지는 뉴스를 잠깐만 보고 있어도 경악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평범한 얼굴을 한 채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에게 끔찍한 행동을 하는 이는 괴물이 아니고 무엇일까.
'책은 아기의 도덕적 성격이 선천적임을 증명하면서 인간의 어두운 본성도 인정한다. 도덕이 선이라는 결실을 맺는 과정은 본성과 직감으로만 이해될 수 없는 성질이라고 책은 본다.
도덕감정이란 결국 정교한 이성 위에 기반한다. 인간을 규정하는 건 오로지 선악 양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며 이 가능성을 선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의무라고 책은 주장한다. 따라서 인간을 처음부터 착한 존재, 나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은 합당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책은 다다른다.'
아기를 통한 심리 실험과 선악에 대한 구별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물음, 악이 아닌 선을 택할 인간의 의무… 한 면의 신문 기사만 읽었을 뿐인데 선악에 대한 여러 생각이 오간다.
《명상록》에서 한 단어만 꼽아 보자면 단연코 '이성'이다.
오늘 문장도 그렇다.
신들도 우리를 둘러싼 육체, 부, 명성 같은 것은 모두 제하고 오로지 우리를 움직이고 지배하는 이성만 본다고 말하지 않나.
글에서처럼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면 나를 산만하게 만드는 많은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선악의 기원》을 읽어보고 싶은 것도 어두운 본성 발현을 막으려면 이성의 힘으로 선악 판단을 해야 하고, 도덕감정이 정교한 이성 위에 기반한다는 말이 있어서다.
책에 의하면 우리를 선한 것으로 이끄는 힘도 이성이다.
처음 태어날 때 그대로 선한 마음을 품은 존재로 살다 가고 싶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이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