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3.

by 안현진

너를 둘러싼 외적인 회오리바람에 휘말려서 네가 행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너의 정신을 분리해내기만 하면, 너의 정신은 지금은 운명에 의해서 거기에 부수적으로 들러붙어 있던 모든 것들을 초월해서 자유롭고 순수한 모습으로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정의롭고 바른 것들을 행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참된 것들을 말할 수 있게 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3 중에서



가끔 아이들이 눈치 없이 행동할 때가 있다.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장난을 심하게 치다가 혼나거나 아무 말이나 하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말 한마디의 파급력은 크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에 겁도 나고, 당황도 했을 것이다.

둘째는 혼이 나도 금세 평상시로 돌아오는 반면 첫째는 시간이 걸린다.

급격하게 기분이 다운된 아이가 신경 쓰인다.

평소답지 않은 행동에 실수가 잦아지고 그때마다 한두 마디 더 하니 풀 죽어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런 아이를 보는 내 마음도 편치 않다.


내 아이는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 나는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이 있다.

싫어하는 내 모습이 아이에게서 보이고, 그에 반응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쉽게 상처받는 선우가 아니라 선우처럼 쉽게 상처받는 나와 아이에게 상처를 준 내가 싫다.

더 부드럽게, 상냥하게, 친절하게 대할 순 없었나 자책한다.

아이는 아무 문제없다.

그저 나를 투영해서 보여줄 뿐이다.


강변으로 가는 신호등 앞에 분수대가 하나 있다.

남편과 나, 윤우는 신호를 보고 있는데 선우는 뒤에서 분수를 가만히 보고 있다.

"불 바꼈어~ 가자~" 하면 그제야 자전거를 몰고 뒤쫓아 온다.

세 아이 중 선우가 외모도 성격도 나와 가장 많이 닮았다.

선우를 보면서 선우 나이 때의 나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감성이 자라나는 시기기에 부모의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시인은 일상을 보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다.

이 눈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눈과 닮았다.

호기심과 순수함을 담고 있다.

영국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구절도 있듯이 자식은 부모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아이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결국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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