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4.
나는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면서도, 자신에 관하여 타인의 판단보다 자기의 판단을 더 낮게 평가하는 것을 보고서 의아해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4 중에서
안에 속해 있을 땐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밖을 나오면 잘 보인다.
이거 이상한 거구나, 나도 모르게 세뇌당하고 있었구나.
겉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뭔가를 할 때마다 확인받고 싶고, 확인받지 않으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를까 걱정되는 게 정상적인 관계일까.
나보다 타인의 말을 신뢰하고, 평가를 신경 쓰고,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를 보면서 두려워졌다.
이거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간직하고 이제 벗어나자.
온전히 내 힘으로 생각하고 믿고 행동하던 나를 되찾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소수 수학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소수반이었지만 나 혼자여서 1:1 수업이었다.
샤기컷에 카고 바지를 즐겨 입던 미혼의 여자 선생님은 쌍꺼풀이 짙고 인상이 강했다.
얼마나 무서웠던지 학원 갈 시간이 다가오면 배가 아팠다.
괜찮을 거라고, 오늘도 무사히 지나가면 좋겠다고 매번 정신을 가다듬고 들어가야 했다.
이해가 느렸던 나를 선생님은 자주 답답해했다.
수시로 나오는 한숨과 문제집이 찢어질 듯 지우개를 지우는 모습에 나는 더 움츠러들었다.
성적은 올랐지만 오래 다니기 힘들었다.
학원을 끊은 후 자유를 되찾은 듯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다.
왜 진작 끊지 않았을까.
엄마에게 말했으면 더 빨리 그만둘 수도 있었을 텐데 더 다녀 보겠다고 했었다.
성적과 심리적 압박감을 맞바꾼 것이다.
좋은 마음을 좋게 받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느라 내 생각과 행동의 주도권을 알게 모르게 상대방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벗어나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어릴 때에야 어른의 힘 앞에 무력할 수도 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를 틀에 가둘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에 관해서 타인의 판단을 더 우위에 두고, 내가 보는 나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나를 남에게 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안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
종속된 마음은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본인에겐 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