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5.
신들이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것이고, 자연과 본성에 부합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일 그것이 정의롭지도 않고 자연과 본성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라면,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너는 확신해도 좋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5 중에서
날씨가 추워지니 일어나기가 힘들어졌다.
전날, 가족 모두 늦게 잔 데다 추운 날씨까지 더해지니 이불속에 더 머무르고 싶다.
화요일은 첫째가 아침 악기 동무 활동에 참여하는 날이라 8시 10분까지 가야 한다.
눈을 뜬 건 7시 50분이었다.
얼른 아이를 깨우고 사과를 깎아주었다.
선우는 한 조각만 먹고 일어나더니 양치하고 옷을 입는다.
차분하게 학교 갈 준비하는 아이를 보며 ‘아침도 못 먹고 배고파서 어째….’ 안쓰러웠다.
은서도 어제 재밌게 놀았는지 푹 잔다.
조용히 혼자 앉아 있던 시간은 은서가 일어나면서 끝난다.
종알종알 말하는 아이를 데리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잠이 쏟아졌다.
배고프다고 끊임없이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시간은 어느새 이른 점심시간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밥과 떡볶이를 준비해 거실로 왔다.
이번 주 인간극장에는 시골에서 아기를 키우는 젊은 부부 이야기가 나왔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춤추며 즐겁게 사는 부부의 모습이 멋졌다.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선우가 다운되어 있었다.
손님이 와 있어서 아이의 태도가 더 신경 쓰였다.
식전에 과자를 못 먹게 해서 그런 건지, 어디가 안 좋은 건지 불퉁해 있었다.
고깃집으로 이동할 때, 한 마디 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선우 손을 꼭 잡았다.
지난 일요일에 아이를 생각하며 쓴 필사 생각 글도 떠올랐다.
아이 기분에 나까지 휩쓸리지 않고 끝말잇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걸어왔다.
선우도 기분이 한결 나아져 보였다.
컨디션 때문이었는지 고깃집에서도 얼마 먹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손님이 돌아간 밤에는 생활계획표를 7장 뽑아 달라고 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이 다 다르기에 7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계획을 세우고 잘 지키는 선우를 보며 남편과 나는 선우는 걱정 없다고, 알아서 잘할 아이라고 대견해했다.
선우가 낮에 내일 축구하는 날인데 보러 오면 안 되냐고 해서 안 갈래 했었다.
매번 찾아가서 벤치에 앉아 보고 있으면 선생님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오늘 인간극장을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책 보며 그램 수 맞춰 가며 정량대로 허둥지둥 이유식 만들던 나, 아이가 먹는 것과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정성을 쏟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남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거라면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엔 아이들이 축구를 안 할 수도 있고, 내가 올해처럼 오후에 시간이 생길 것 같지 않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면, 아이를 아낌없이 사랑하려는 내 마음도 신의 뜻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