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면 뭐라도 바뀐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6.

by 안현진

네가 해낼 수 있는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일조차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라. 왼손은 다른 모든 것들을 행하는 데는 오른손보다 서투르고 어설프지만, 말고삐를 단단하게 잡는 일에서는 오른손보다 더 나은 법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6.



아래층 화장실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았다.

화장실 배관과 연결된 고무에서 조금씩 새던 게 전기까지 나가버렸다.

위층에서 물 내릴 때만 한 방울씩 떨어지고 변기를 쓰지 않으면 물이 새지 않았다.

고무가 오래되다 보니 삭아서 그런 것 같았다.

일상생활 배상 책임 보험이 있으니 그걸로 해결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 보험에 든 것은 누수는 적용되지 않고, 남편과 내 보험에는 일상생활 배상 책임 보험을 들어놓지 않았다.

자비 부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를 알아보고 연락을 돌렸다.

시원한 답변보다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연락이 닿은 곳과 약속을 잡았다.


아래층 화장실 천장은 옛날 식인 데다 입구가 좁고 배관과 거리가 멀어 안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작업을 하려면 천장을 잘라내야 했다.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다.

누수 잡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는데 뜯어낸 천장 공사가 문제였다.

이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체념하고 있었다.

계약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베란다 누수도 윗집과 진행 중에 있다.

외벽 문제 같은데 이것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가고 있다.

그래서 아랫집은 더욱 빨리 해결을 해주고 싶었다.

아랫집도 윗집도 서로 위아래 이웃 간이니 얼굴 붉히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남편이 보상은 받지 못하더라도 전 주인아저씨와는 통화를 한 번 해야겠다고 했다.

아직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중대 하자 보수 책임 기간이긴 했지만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반반 부담을 하겠다는 답변을 해 왔다.

그게 어딘가 해서 우린 기뻤다.


오늘 문장을 읽자마자 지금 상황이 떠올랐다.

남편의 왼손은 오른손만큼이나 단단했다.

막연히 안 되겠지, 어쩔 수 없지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비용은 온전히 우리 부담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아파트에 살다 보면 여기저기 문제가 생긴다.

우리 집이 피해를 볼 수도 있고,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때마다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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