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에 다 담기는 인간의 생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7.

by 안현진

죽음이 다가왔을 때 우리의 육신과 혼이 어떤 상태에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인생은 짧다는 것, 시간은 과거와 미래로 무한히 뻗어 있다는 것, 모든 물질적인 것들은 무력할 뿐이라는 것을 생각하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7.



남편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나도 끼게 되었다.

아이들은 집에 두고, 집 앞 할맥으로 갔다.

넷이 한 테이블에 앉아 맛있는 안주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많이 웃었다.

특히 남편 중학교 친구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유교 집안, 전국 서예 대회 1등, 어릴 적 천자문 교육, 예술의 꿈, 다이빙 강사… 그중에서도 큰고모가 수녀가 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1970년대, 간호사였던 큰고모분은 가톨릭 재단의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가톨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집안이었는데 어느 날 큰고모가 수녀가 되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철저한 유교 사상을 가진 분이라 반대했다.

1년 동안 시름시름 앓고 힘이 없는 딸을 보면서 결국 허락하셨다고 한다.

정식 수녀가 되는 시간 동안 1년에 한 번 면회가 가능했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면회 한 번 가지 않으셨다고 한다.

프랑스에 있었던 큰고모 수녀님은 할아버지가 위독하단 얘기에 한 달의 시간을 곁에서 간호했다.

시간이 다 되어 어쩔 수 없이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다.

비행기를 타기 2시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다시 되돌아와 장례를 치르고 가셨다 한다.

딸이 수녀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할아버지도 임종 직전에 고모에게서 세례를 받고 떠나셨다.

할머니 말로는 큰고모는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고, 돈이 생기면 모으기보다 봉사하는데 썼다고 한다.


조상, 가문, 집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내가 살고 있는 생은 길게 느껴지지만 여러 사람의 생은 한마디 말에 다 담긴다.

그때마다 ‘인간의 생은 참 짧구나’ 느낀다.

언젠가는 지금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압축되어 나를 표현하는 한 마디가 될 것이다.

잘 살다 가고 싶다.

잘 살다 간다는 건 뭘까.

내가 행복하고, 남에게도 도움 되는 삶을 사는 것.

축복같이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이다.

귀하고 소중하게 그리고 감사하게 살다 가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행동하면 뭐라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