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0.

by 안현진

어떤 사물이든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사물을 분석해서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 그것을 존재하게 한 원인, 그것이 존재하는 목적으로 구분해서 살펴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0.



“하기 싫은 일이 있는데 해야 할 땐 어떻게 해요?”

남편에게 묻기 전에 이미 여러 번 되묻고 답하고 있었다.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꺼내본 말이었다.


나는 왜 이 일을 미루고 싶은 걸까?

해야 한다는 의무가 지어지면 강제성을 띠게 된다.

자유 의지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강제성은 이 자유를 조금 침해한다.

그렇다고 어떻게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일에서든 집에서든 어디에서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하면 되지.

내 답은 한결같이 이랬다.

무엇이 하기 싫냐고 묻던 남편은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시작만 하면 하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빨래 더미 앞에 앉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어느새 미루고 있던 빨래도 다 개었고, 어떻게든 백지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해야 하는 일은 결국 하게 되는 일이다.

미루고 하기 싫은 마음에서 일을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데까지 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빨리 마주하는 것밖에 없다.

밀린 빨래가 신경 쓰인다면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개어 버리고, 오늘 써야 할 글을 못 썼을 땐 쓰든 못 쓰든 쓰는 행위를 하도록 노트북 앞에 앉는 것이다.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모두 차분해지고 하나둘 잠에 빠져든다.

눕고 싶은 마음을 눌러가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또 묻는다.

그 일은 왜 하는 거야?

그 일이 너한테 무슨 의미인데?

질문을 던져 놓고 떠오르는 생각과 답변을 찾아나가는 사이,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다.

존재의 원인과 목적을 묻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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