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게 할당해 준 능력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1.

by 안현진

인간에게는 신이 인정하고 기뻐하는 일들만을 행하고, 신이 각 사람에게 할당해 준 모든 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1.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말보다 글이 편해서다.

말보다 글이 편한 이유는 내 생각을 정돈해서 전달할 수 있어서다.

내 생각을 정돈하는 데는 글만큼 좋은 게 없다.


필사를 하면서 내 생각을 글로 쓴 지 3년째다.

이렇게 쓰는 글은 글쓰기 근육을 길러 주고, 글쓰기 훈련이 된다.

쓰는 사람이란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초고의 초고가 되어 주기도 한다.

도저히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던 문장도 다음 날이면 새로운 글로 어떻게든 채워진다.

어떤 사정이 있었든지 필사 글을 건너뛴 날은 숙제를 안 한 것처럼 찝찝하다.

숙제를 안 했지만 애써 괜찮은 척 덤덤하게 구는 아이마냥 마음이 불편하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되니 신뢰를 깨는 일이기도 하다.


그날의 문장보다 훨씬 긴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긴 글보다 짧은 글 안에 생각을 담는 일이 훨씬 어렵구나.

나는 일기도 구구절절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데 로마의 철학자 황제는 일기마저도 삶의 정수가 담겨 있구나.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말보다 글이 편한 나는 글로 말을 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너무 많은 말을 매일 하고 있지는 않나.

그럼에도 필사를 하고 내 생각 쓰는 일을 이어가는 것은 문장을 곱씹고 나를 생각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자세히 알아가고 나와 더 친해지고 잘 지내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신이 내게 어떤 능력을 할당해 주었다면, 그건

아마도 나와 잘 지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능력일 것이다.

그 도구가 글쓰기라서 기쁘고 감사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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