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귀여운 실수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2.

by 안현진

신들을 탓하지 말라. 신들은 의도적으로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고, 원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어서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탓하지 말라.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도 탓하지 말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2.



남편이 퇴근했다.

거실에서 잠시 은서 책을 읽어주고는 애들 학교 간 사이 일을 해야겠다며 방으로 들어간다.

은서가 분홍색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는 아빠 방에 가야지 한다.

신문을 넘기며 지나가듯 말했다.

"아빠 일한다는데?"

"방해 안 할 건데~"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은서를 봤다.

"방해 안 할 거야~" 말하며 의자 들고 총총총 간다.

저 안에 몇 살 아이가 들어 있는 거지.


거실을 정리하고 세탁기실 옆 노트북 책상에 앉았다.

잠시 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은서가 당황해서 이말 저말 외친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할게~ 잠시만~"

남편은 화장실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뒤이어 다시 쿵 소리가 났다.

'뭘 떨어뜨린 거지?' 생각과 동시에 은서가 다시 외친다.

"괜찮아~ 내가 할게~ 아빠 오지 마~"

위험한 상황은 아닌듯하고 쉴 틈 없이 계속 말하는 은서에게서 당황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가 혼자 수습해 볼 수 있도록 기다렸다.


2분쯤 흘렀을까.

"엄마아아~~" 외치며 뛰어온다.

"엄마아아~~ 나 좀 도와줘~~ 아빠 방에 같이 가줘~~" 울음을 터트린다.

떨어뜨린 물건을 혼자 수습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나 보다.

아이부터 달래고 같이 방으로 갔다.

남편의 두꺼운 전공 서적이 두 권 떨어져 있었다.

은서가 들기엔 버거웠을 만한 무게다.

이게 떨어진 거냐고, 괜찮다고 하는데도 왕왕 운다.

그 잠깐 사이에 마음고생을 했었나 보다.

달래주니 더 꼬옥 끌어안는다.


남편도 상황을 듣더니 놀랬냐고, 괜찮다고 토닥토닥한다.

진정이 되었는지 장난감 카트에 인형을 담아 온다.

책상 위에 올려둔 레고를 발견하고는 만지작거린다.

이내 내 앞에 앉아 레고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명랑함을 되찾은 은서가 종알종알 얘기한다.

그리곤 "오빠는 학교 가고~ 엄마랑 같이 노니까 좋아~" 말한다.

딸의 작은 머리에 뽀뽀했다.


잘못까지도 아닌 아이의 작은 실수는 원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당황한 마음, 애써 괜찮은 척 수습해 보려던 의젓함에 나도 빙긋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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