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3.

by 안현진

자신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서 그 어떤 일에라도 놀라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지독하게 어리석은 사람이거나 이 우주의 세계 속에서 이방인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3.



<와일드 로봇> 영화를 봤다.

전체 관람가이고, 로봇이 나오고, 영상이 멋지다는 것만 알고 갔다.

아이들과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며칠 전에 얘기해 본 영화였다.

남편이 영화 보러 가자고 했을 때, 피곤해서 기분까지 처져 있는 상태였다.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 반, 영화 보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도우미 로봇 로즈는 야생 동물들이 사는 숲에 불시착한다.

로즈는 자기로 인해 가족을 잃게 된 기러기 알을 보호하고 키워서 무리 속으로 독립시킨다.

다른 존재라 놀리고 소외시키던 동물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도 감동적이다.

새끼 기러기와 감정이 없던 로봇의 따뜻한 휴먼 성장 영화였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무리 속으로 훨훨 날아가던 기러기와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봇, 기다림의 시간이 우리의 미래 같았다.

기러기가 독립하기 위해 로봇은 '먹고, 헤엄치고, 나는' 이 세 가지를 임무로 입력하고 하나씩 완료해 나간다.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의 기억은 리셋되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억이자 그 로봇만의 정체성이 된다.

인간이 저마다 고유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가 자라는 가정환경과 분위기가 다 다르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기에 가치관도 달라진다.

태어나고 죽는다는 사실만이 인간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유일한 경험이다.

이 경험의 해석과 느낌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된다.

"네가 어디에 있든 난 널 기억할 거야."

수많은 새무리 속에서 단번에 새끼 기러기를 찾는 로즈와 똑같은 외형을 한 로봇들 중 한 번에 로즈를 찾는 기러기처럼 우리는 누군가에겐 유일한 존재다.


다음 날 알게 됐지만 기운이 급격하게 떨어질 정도로 몸이 피곤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재미만이 아닌,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삶 속에 일어나는 일 중 그냥 일어나는 건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의 귀여운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