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가 사용하는 손처럼 강력한 무기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9.

by 안현진

삶의 원리들을 활용하기 위해 현실에 적용할 때에는 검투사가 아니라 격투기 선수를 본받아야 한다. 검투사는 자신이 사용하는 칼을 다른 곳에 두었다가 시합에 나갈 때마다 다시 챙겨서 들고나가지만, 격투기 선수가 사용하는 손은 그에게 늘 붙어 있기 때문에 단지 손을 오므려서 주먹을 쥐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9.



오늘따라 아이들 다툼이 잦다.

네 살이라는 은서 나이도 있겠지만 오빠들에게 짜증 부리고 소리치는 모습이 좋지 않다.

선우와 윤우가 은서를 먼저 자극하기도 하고, 은서 말에 자극받고 투닥거리기도 한다.

주고받는 마음과 오가는 말이 고와야 분위기가 좋을 텐데 오늘 우리 집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이들 틈에서 중재하는 것도 기운 빠지는 일이다.

남편이 자전거 타러 나갔던 오전에는 내가 폭발했고, 오후에는 남편이 터져버렸다.

서로 배려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점, 남의 잘못만 얘기하며 탓하는 점, 서로의 기분을 계속 상하게 하는 점.

혼이 난 아이들은 말이 없어졌다.


가끔 첫째가 동생들 보기 힘들다는 얘기를 한다.

윤우만 있으면 괜찮은데 은서는 말이 통하지 않고 제 고집대로 하려고 하니 갈등이 생기고 만다.

둘째가 여름 즈음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 받고 싶은지 얘기한 적 있다.

여동생은 있으니 남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당황했었다.

몇 달 후, 다시 크리스마스 선물 얘기를 꺼냈다.

저번에 남동생이라고 하지 않았냐 하니 윤우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은서로 충분해."였다.

웃는 동시에 짠한 마음으로 윤우를 바라봤다.

오빠가 셋이면 호칭을 어떻게 하냐는 글이 있었다.

누군가의 댓글을 보고 빵 터졌다.

큰오빠, 작은오빠, 야.

아래위 서열이 그렇다.

은서랑 제일 많이 부딪히는 사람도 윤우다.


형제가 있다는 건 살면서 큰 무기가 된다.

내 일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고 슬퍼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격투기 선수가 사용하는 손처럼 강력한 무기가 된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힘이 되어 준다.

서로에게 그런 든든한 무기가 되기를.

부모에게 자식이 이미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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