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5.
등불은 꺼질 때까지는 계속해서 환하게 빛을 비춘다. 그런데 네가 죽기 전에 네 안에 있는 진리와 정의와 절제가 꺼져서야 되겠는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2권 15.
베란다 블라인드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닫았던 문을 활짝 열었다.
바람 한 점 안 부는지 나무가 그림처럼 서 있다.
조금 뒤 창문에 타닥타닥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밑에서 아이들 소리가 났다.
아빠 따라 나가서 자전거를 정비하고 타며 놀고 있다.
바람도 햇살도 아이들 목소리도 모두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은서를 데려다 놓고 세 사람은 자전거를 타러 갔다.
“더 놀고 싶었는데!” 하던 은서는 미로 찾기 책, 한글 공부 책을 들고 오더니 내 옆에 앉는다.
줄을 긋고 글을 쓰고 스티커를 붙이더니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한다.
오전에 아들 둘이 나가더니 파리바게뜨에서 생크림 케이크를 사 왔다.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선물이라고 했다.
용돈을 모아 큰 케이크를 사 온 아이들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초를 꽂고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다.
맛있다며 케이크도 나눠먹었다.
결혼기념일 10주년이라고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기도 했다.
여행을 계획하기도 했다가 안 하던 선물도 생각했지만 둘 다 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저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날이다.
기념일 같은 오늘 하루만 다른 것보다 날마다 평범하고 조용하게 이어지는 일상이 더 좋다.
등불은 꺼질 때까지 환하게 빛을 비춘다.
우리도 꺼지기 전까지는 환한 빛을 품고 산다.
그러니 우리 삶에 특별하지 않은 하루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