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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볼 수 없는 삶, 살아가야 하는 삶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4.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듣기 좋게 말을 꾸며 대고 보기 좋게 얼굴빛을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도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원한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4.



결국 몇 자도 쓰지 못하고 아이들을 깨울 시간이 되었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상대에게 진솔한가라는 물음 앞에 쉽에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살아본 적 없고, 앞으로도 살아볼 수 없는 삶을 상상해 봤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생의 삶인 지금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안고 있다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업에 의해 생사를 되풀이한다는 윤회사상을 믿기에 이번 생이 이전 생과 완전히 무관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잠에 빠진 아침을 깨울 시간이다.

고요했던 생각의 시간에서 빠져나와 하루를 시작할 시간이다.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삶에 대한 생각보다 현재 살아가야 할 내 삶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혼자 깨어 있던 아침,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삶을 상상했지만 살아야 하는 건 지금의 삶이다.

이 삶 앞에서 나는 얼마나 솔직한가.

나와 타인을 속이지 않고, 진솔하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갈 용기.

이 마음 하나를 품고 오늘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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