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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마가 되어간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6.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 글렀구나! 나는 아직 자기의 허물을 보고서 마음속으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6.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은서가 말한다.

“이제는 유치원 가기 안 좋아.”

이유를 물으니 오빠가 장난치고, 짜증을 낸다고 한다.

잠바 지퍼를 내렸다기에 은서는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하지 마! 했어.”

한 명 있는 일곱 살 오빠가 은서에게 장난을 치나 보다.

그래도 너희 오빠들보다야 하겠니 싶어 웃음이 났다.

저녁 먹을 때, 이 이야기를 하니 오빠들 반응이 더 웃기다.

“우씨!”

은서랑 제일 많이 부딪히는 윤우 반응이 가장 격렬했다.

선우, 윤우 둘 다 수군수군 얘기하는 게 언제 찾아가자는 말만 들었다.

오빠 있어 든든하구만.

그런데 나는 이 생각을 하면서 눈물샘이 툭 건드려졌다.


한창 귀여웠던 꼬물이 시절의 연년생 아들 둘.

그때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몸무게가 가장 많이 빠졌었다.

보는 사람마다 왜 이렇게 말랐냐고, 애 키우느라 힘든가 보다고 말했다.

힘들어도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었다.

아들만 둘이라고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지만 나와 남편은 아들이어서 좋았다.

성별 상관없이 그저 우리 아이들이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매 순간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한다.

아, 그러지 말 걸!

다음엔 안 그럴 거야!

이런 다짐이 무색하게 돌아서면 또다시 후회-반성-다짐의 굴레에 들어선다.

내가 느낀 미안함이 진짜인가, 진짜인데 왜 자꾸 반복하는 걸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

뭐가 뭔지 모른 채 서서히 엄마가 되어가는 동안 아이들도 엄마의 성장통을 오롯이 견뎌냈다.

그게 고맙고 미안해서 종종 눈물이 난다.


“엄마! 아빠가 영상 보여줬는데 엄마가 고등학생 같았어! 게임도 잘하고, 아빠한테 펀치도 잘하던데!”

딸이 조르르 와서 말한다.

남편이 우리 연애할 때 만들었던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나 보다.

20대 초반,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동글동글하고 앳된 얼굴을 한 내 모습이 낯설었다.

딸 눈에는 엄마가 고등학생처럼 어려 보였나 보다.

스무 살에 만난 남자친구와 5년을 연애하고 결혼해 선우를 낳았다.


은서 손을 잡고 가다 보면 “동생 생각은 없어요?” 하는 말을 간혹 듣는다.

“위에 오빠가 둘 있어요.”

하면 깜짝 놀라며 같이 웃는다.

아들 둘과 딸 하나.

남편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세 아이가 제 자랑이라며 내게 고맙다 말한다.

나는 자주 혼자 부끄러워진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고맙고 미안하고 애틋하면서도 여전히 엄마로서 미숙하기 때문이다.

늘 후회하고 반성하고 다짐을 되풀이하지만 이 마음 또한 엄마의 사랑임을 지금의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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