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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균형 그 사이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2.

by 안현진

애공이 물었다. "제자 중에 누가 배우기를 좋아합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안회라는 사람이 배우기를 좋아해서,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았는데, 불행히도 단명하여 죽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사람이 없으니, 그 후로는 아직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사람에 대해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논어》, 공자_제6편 옹야(雍也) 2.



감정이입을 잘한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잘 운다.

그래서 혼자 보는 걸 좋아한다.

혼자 보면 그 상황에 푹 빠져 몰입해서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어릴 때 TV는 가족이 모여 앉아 다 같이 보는 거였다.

지금은 TV뿐만 아니라 모든 영상이 개인화되어 가고 있다.

OTT 채널도 한 아이디로 가족이 같이 쓰지만 쓰는 사람이 구분되어 있고, 들어가 보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보는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요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다.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첫 장면부터 눈물 버튼이 눌러졌다.

30분만 보고 껐는데도 보는 내내 훌쩍였다.

어쩌다 유튜브에서 짧게 뜨는 영상을 호기심에 눌러봤다가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기다리던 신작이었기에 기대도 컸었다.

이번에도 역시였다.

언젠가 꼭 볼 작품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여기에 얼마나 빠져들어 볼지, 보고 난 뒤 감정이 어떻게 요동 칠지 알아서다.

내레이션으로 듣는 독백 문장 한 줄 한 줄이 심금을 울렸다.


엄마가 되고부터는 엄마, 자식, 아이와 관련된 것은 감정이입이 더욱 강해졌다.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그 아이들에게 가는 마음도 커졌다.

막내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때쯤이면 학교가 조용하다.

1교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교문으로 들어서면서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수업 듣는 아이들도 함께 떠올린다.

창문에 붙여진 학년, 반을 보고 누가 수업 중이겠구나 생각한다.


감정이입은 타인의 마음이 되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책을 보면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이 되어 본다.

힘들 때, 용기가 필요할 때, 위로받고 싶을 때처럼 상황마다 생각나고 여러 번 보는 책과 영화가 있다.

노래도 그렇다.

하나에 빠지면 그 노래만 주구장창 반복해서 듣는다.

질릴 때까지 몇 주, 몇 달을 그 곡만 듣는다.

그러다 보니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내가 이 노래를 들을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무슨 일이 있어서 이 노래가 좋았고 힘이 되었는지가 남아 있다.


공자가 아꼈던 제자 안회는 노여움을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감정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드라마 한 편도 마음을 먹고 봐야 할 정도로 감정에 약하다.

곁을 잘 내어 주지 않으려는 것도 곁을 내어 줬을 때 내가 어떤 마음이 되는지 알아서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이런 내가 싫지는 않다.

그럼에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내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균형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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